"보이스피싱에 물품사기까지…수법 교묘해져 누구나 피해자 될 수 있다"

'구하시는 물건 있습니다.싸게 팔아요.'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범들의 단골 멘트다.

구매 희망인에게 접근해 택배로 거래하며 돈만 받고 물건은 보내주지 않거나 벽돌 등 엉뚱한 물건을 보낸다.

피의자는 대부분 20∼30대 무직으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을 반복한다.

피해자들은 분통이 터지지만 피해 금액이 많지 않아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중고거래 사기는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하며 단독 범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중고거래 사기 범죄가 조직화돼 피해 규모가 커지고, 해외 사기 조직까지 손을 뻗치고 있어 수사 당국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15일 경기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월 화장품 판매상인 A씨는 화장품 도매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 특정 화장품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화장품을 다량 가지고 있고, 싸게 처분하겠다는 쪽지가 왔다.

상대는 화장품 전문가로 느껴질만큼 실력을 갖췄고 화장품 위에 자신의 아이디를 적은 메모를 붙인 인증샷과 버젓한 사업자 등록증까지 보여줬다.

업계에서 희소가치가 있는 해당 화장품을 싸게 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A씨는 돈을 입금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물건은 오지 않았고, 상대는 연락이 끊겼다.

사업자 등록증은 가짜였고 통장은 대포통장이었다.

전형적인 물품사기 수법이었지만 피해는 컸다.

4월부터 7월까지 A씨 등 4명이 잃은 돈은 1억7천만원에 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 사기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지만, 도매상을 상대로 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상대가 제시한 증거가 완벽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김모(23)씨와 대포통장을 제공한 박모(22)씨 등을 검거했다.

조사 결과 김씨 등은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의 지시를 받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에는 확인된 피해자만 2천명에 달하는 국제 사기조직의 국내 활동책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피해자 중 일부는 금융기관 사칭이나 '자녀가 납치됐다'고 속이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였지만, 절대다수인 1천938명은 인터넷 중고나라에서 소액사기(총 7억7천만원)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일산경찰서가 검거된 피의자를 조사한 결과 이들 역시 중국과 필리핀에 사무실을 둔 '윗선'의 지시를 받고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월 서울 중부경찰서는 사기조직의 인출책 B(23)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중국에 있는 총책의 지시를 실시간으로 받으며 돈을 인출했다.

A씨가 속한 조직은 건당 5만∼30만원 상당의 물품 사기로 2∼3월 한달간 200여명을 속여 2억7천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던 조직이 최근 물품 사기에도 손을 뻗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 유형과 예방책이 널리 알려지고, 수사 기법도 발달하자 대안으로 물품사기를 선택하는 경향이라는 설명이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에 잘 속지 않자 보이스피싱 조직이 새로운 범죄 영역인 물품 사기로 범죄를 확장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도 초기에는 개그의 소재가 될 정도로 어설펐지만, 범죄가 조직화 되자 수법이 교묘해졌다"며 "물품 사기 범죄도 그 수법이 교묘해 지고 있어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거래할 때는 누구든 사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jhch79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