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대 골프' 차 불법개조·시험성적서 위조 등 조사…"현 상황에 죄송"

폴크스바겐의 차량 관련 각종 '위조·조작'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요하네스 타머(61)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총괄회장이 11일 검찰에 출석해 장시간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최기식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타머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늦은 밤까지 조사했다.

2012년 12월부터 아우디·폴크스바겐 차량의 국내 수입·판매를 총괄한 타머 회장은 올 1월 폴크스바겐 관련 수사가 시작된 이후 검찰에 나온 회사 최고위층 인사다.

검찰은 타머 회장을 상대로 차량 소프트웨어 교체를 보고받고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독일 본사의 역할이 있었는지 등을 추궁했다.

EA189 디젤 엔진을 장착한 유로5 차량의 배출가스 시스템 조작, 배출가스·소음·연비시험성적서 위조 등도 조사 대상이다.

타머 회장은 배출가스 기준에 미달하는 7세대 골프 1.4 TSI 차종을 불법 판매하는데 깊이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2014년 5월께 해당 차량의 배출가스 인증 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을 내리고 국내 시판을 불허했다.

이에 AVK는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재순환장치(EGR) 소프트웨어를 교체해 6개월 뒤 인증을 획득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차량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교체하면 별도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무시했다.

해당 차량은 지난해 3월부터 1천500여대가 판매됐다.

앞서 검찰은 배출가스 시험성적을 조작해 인증서를 발급받은 혐의 등으로 AVK 인증담당 이사 윤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윤씨 수사 과정에서 타머 회장이 윤씨와 함께 본사 지침을 받아 배출가스 인증 조작 실무를 주도한 정황도 잡았다.

이날 오전 9시45분께 검찰청사에 도착한 타머 회장은 '인증서 조작을 지시하거나 관여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선 현재 상황에 대해 굉장히 죄송하다.

모든 과정에서 성실하게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독일 본사와 관련이 있느냐'고 묻자 "우선 검찰과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12일 타머 회장을 한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신병처리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달 초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말 사장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박 전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박 전 사장의 처분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타머 회장 조사 결과를 검토해 함께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달 AVK 측 변호인을 통해 폴크스바겐 독일 본사 임직원들에 대한 출석요청서도 보내 소환을 타진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독일 본사에서 이런 상황을 굉장히 당황해하는 것 같다"면서 "법률회사 자문 등 절차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이보배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