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의사 및 전문가 의견 토대로 4남매 양육 결정해야 할 듯"

"나중에 커서 꼭 군인이 되고 싶어요."

쓰레기 4.5t이 집안에 쌓여 있던 '전주 쓰레기집' 4남매 중 둘째 '얌전이'(가명)는 담당경찰관에게 수줍게 장래희망을 밝혔다.

얌전이는 지난 8일 처음 경찰을 만났을 때만 해도 어두운 표정에 묻는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부모와 분리된 지 사흘째가 되자 안정을 되찾은 얌전이는 제법 경찰관 아저씨에게 친밀감이 생겼는지 이제는 가끔 웃기도 하고 되레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고 경찰은 전했다.

집주인인 어머니 A(34)씨는 쓰레기 더미가 가득 쌓인 집에서 4남매를 키웠다.

4남매는 초등학교 6학년인 첫째 딸과 둘째인 장남(4학년), 네 살배기 셋째, 15개월짜리 막내 등 네 명이다.

아이들은 집 안에 불필요한 물건이나 쓰레기를 모아두는 '호더'(hoarder)로 추정되는 A씨 밑에서 자라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했다.

현재 4남매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긴급 분리해 부모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

나이가 어려 특별한 돌봄이 필요해 영아원에 간 막내를 제외하고, 나머지 삼남매는 전주의 한 아동보호기관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처음 부모와 떨어진 뒤에는 약간의 불안 증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4남매는 자주 외할머니 집에 맡겨져 지낸 탓인지 가끔 외할머니를 찾긴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부모를 찾진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4남매의 신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에 빠졌다.

친엄마인 A씨가 강박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6∼7개월 전 쓰레기를 집안에 모아두는 강박증세를 보이기 전까지는 아이들을 잘 돌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외관상으로도 지금까진 물리적인 폭력이나 학대를 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과 아동전문보호기관에 따르면 4남매는 외할머니 집에 갈 때나 집에 있을 때 항시 함께 생활해 왔다.

외할머니도 낮에는 일해야 해서 전적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물리적 방임에 의한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A씨 부부에게 아이들을 돌려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학대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한뒤 의사와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4남매의 양육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아이들이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적으로 상태가 좋아지면 천천히 아이들을 상대로 학대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며 "이후에 A씨 부부에 대해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아이들의 양육 방법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chin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