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메틸폴리실록산 배출 울산화력, 10여년간 '녹색기업' 혜택
인증 수여 환경부 "해양배출은 해수부 업무"…눈가린 '부처 이기주의'

유해물질인 디메틸폴리실록산을 해양에 배출한 발전소들이 해당 물질을 방류하던 기간에 녹색기업 인증과 친환경 상을 줄줄이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소들은 법으로 해양배출이 금지된 유해물질을 방류하면서 한편으로는 친환경 실적을 앞세워 기업 홍보에까지 활용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기관 인증과 시상 남발, 친환경 인증 기관과 해양배출 관리 기관 이원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 발전업계의 도덕적 해이 등을 이번에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 녹색기업·장관상 자랑하며 유해물질 배출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는 2004년부터 환경부가 인증하는 녹색기업으로 지정돼 있다.

녹색기업은 오염물질 저감, 자원·에너지 절약, 환경경영시스템 구축 등 녹색경영 성과가 우수한 사업장을 말한다.

한번 선정되면 3년 동안 기업 자율적으로 환경개선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관계기관의 지도·단속을 면제받는 혜택이 있다.

울산화력은 그러나 2011년부터 약 5년 동안 해양환경관리법상 유해액체물질로 분류된 디메틸폴리실록산 500t가량을 온배수 거품을 없애는 소포제로 사용하고 바다에 배출한 사실이 적발돼 해경 조사를 받고 있다.

한창 유해물질을 배출하던 때인 2012년 12월에도 녹색기업으로 재지정됐다.

심사 과정에서 유해물질 배출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동서발전 산하 또 다른 발전소인 일산화력, 동해화력, 호남화력 등도 환경부가 선정한 녹색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개 발전소 역시 바닷물이나 강물을 발전기 냉각수로 활용한 뒤 온배수로 배출한다는 점, "디메틸폴리실록산의 유해성을 알게 된 2015년 8월 이전까지는 모든 발전소가 소포제로 이 물질을 사용했다"는 동서발전 측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이들 발전소도 울산화력처럼 녹색기업이라는 간판을 걸고 유해물질을 배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디메틸폴리실록산 사용을 인정한 부산 감천화력과 월성원전 등도 현재 녹색기업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해 7월까지 매년 200t가량 같은 계열의 소포제를 사용한 인천 영흥화력은 기존 발전소 이미지를 탈피해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해 친환경건설산업대상 시상식에서 환경부 장관상을 받았다.

역시 이 물질 사용을 시인한 충남 보령화력은 2014년 환경부 주관 '굴뚝 클린 시스템 우수운영사업장'으로 선정됐고, 2012년에는 '녹색경영 우수사례' 환경부 장관상을 받았다.

◇ 유해물질 배출해도 친환경 인증 '이상 무'
유해물질을 해양에 배출한 발전소가 녹색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녹색기업 인증 주체와 해양배출 관리 주체가 서로 다른 구조적 한계가 원인으로 보인다.

녹색기업 선정은 환경부가 담당하고, 오염물질의 해양배출은 해양수산부가 관리한다.

환경부는 녹색기업 심사 때 대기환경보전법과 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 관한 법률 등이 규정하는 대기·수질 분야 배출기준 등을 따지지만, 해양으로 방류되는 온배수 수질이나 유해물질 함유 여부 등은 해수부 담당 업무여서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수부도 그동안 온배수 수질 관리에 허점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발전소 취·배수시설을 포함한 해양시설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의 이런 해명이나 대응을 '부처 이기주의'라고 꼬집는다.

환경이나 해양 등을 관리하는 업무는 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어 가능한 한 거시적 차원에서 다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설사 부처 간 일부 업무가 겹치더라도 이를 비효율로 볼 것이 아니라 안전망을 두텁게 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환경부는 그동안 해양과 관련한 부분은 해수부 담당이라고 선을 그은 채 돌보지 않아 해양투기나 배출을 방관했다"면서 "대한민국 환경부라면 그 대상이 바다건, 하늘이건, 산이건 구분 짓지 말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바다를 육지 폐기물이나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하수처리장 정도로 인식해선 안 된다"면서 "해양배출과 관련해 부처 간 모호한 부분이 있다면 국무조정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각종 기관이나 단체의 친환경 인증과 시상 남발, 의무는 다하지 않고 '친환경 간판'을 기업 마케팅에만 이용하는 발전소의 행태도 개선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형근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번에 문제가 된 발전소는 모두 공기업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는데, 반성 대신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사회적 책임이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조처는 없었다"면서 "친환경 기관 인증이나 시상을 더 엄격히 하고, 문제가 됐을 때는 즉시 취소하는 등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