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에서도 살인죄 인정
방청객 "형량 낮다" 반발…재판부 "피고인 인권 고려"

7살 신원영군을 끔찍한 학대 끝에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원영이 사건'의 계모와 친부에게 살인죄가 인정됐다.

친부는 락스학대나 찬물세례 등 직접적인 학대에 가담하지 않았으나 사망이라는 결과를 용인했다는 점에서 살인죄 적용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10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계모 김모(38)씨와 친부 신모(38)씨에 대해 검찰이 적용한 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사망을 용인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여러 학대로 인해 극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된 피해자에 대해 구호조치를 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러한 결과(사망) 발생을 용인했다"고 설명했다.

계모 김씨는 한겨울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동안 환풍기가 달려 바깥 공기가 그대로 유입되는 화장실에 원영이를 가둬놓고 수시로 폭행하고 락스를 뿌리는 등 학대를 가했다.

이어 지난 2월 1일에는 원영이가 옷에 대변을 봤다는 이유로 옷을 벗겨 찬물을 들이부어 다음날 숨지게 했다.

친부 신씨는 원영이가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병원에 데려가는 등의 조치를 하면 아동학대로 처벌받게 될까 우려, 방관하다 원영이의 사망을 막지 못했다.

기소 후 검찰은 "폭행으로 인한 골절 등 상처, 하루 한 두 끼의 식사 제공, 락스 및 찬물 세례 등 개별 행위가 사망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영양실조 상태인 원영이에게 복합적이고 지속적 학대를 가하는 것은 사망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살인죄 적용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과 비슷한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에서도 법원은 피고인인 부모들에 대해 적용된 살인죄를 인정한 바 있다.

피고인인 아버지 A(33)씨는 지난 2012년 10월 말 부천의 전 주거지 욕실에서 당시 16kg 가량인 아들(7)을 실신할 정도로 때려 며칠 뒤 숨지게 했다.

어머니 B(33)씨는 폭행과 굶주림으로 인해 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의 아들을 방치하다 끝내 죽음을 막지 못했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장기간 방치해 끝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살인죄를 인정, A씨에게 징역 30년, B씨에게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한 바 있다.

두 사건 재판부의 살인죄 인정 이유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형량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원영이 사건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30년∼무기징역의 절반 정도인 징역 15∼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나이 어린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검찰의 구형이 우리 국민이 원하는 엄정한 형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어떤 정책적인 필요 때문에 책임을 넘는 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에게도 기본적인 인권이 있고, 그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형사 사법의 기본적인 요청"이라며 "피고인들은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 이혼이나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상처를 받았고, 이로 인해 피해자를 키우는 데에 상당한 고통과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이 끝나자 방청객들은 "락스에 손가락 하나라도 담가 보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방청객은 눈물을 쏟으며 "처벌이 너무나도 약하다"고 소리쳐 제지를 받기도 했다.

아동학대방지 시민모임은 법원 앞에서 '항소', '엄중처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한 회원은 "부천에서는 징역 30년이 나왔는데 어떻게 원영이 사건은 징역 20년에 그치느냐"며 "앞으로 아동학대 사건을 어떻게 막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피고인의 인권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고 성토했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이 내일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평택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