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범 이후 판·검사 출신 학교의 쏠림현상이 크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경제신문이 전체 25개 로스쿨을 전수조사한 결과 로스쿨 출범 이후 2012년부터 지금까지 5년간 212명의 로스쿨 출신 검사가 임명됐으며, 이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54명으로 25.5%에 그쳤다.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48명 중 서울대 출신이 30명(62.5%)으로 절반을 훨씬 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판사 2870여명 중 절반 가까이가 서울대 출신이지만 로스쿨 출신 판사 63명 중 서울대 로스쿨 출신은 7명(11.1%)에 불과하다.
[Law&Biz] 로스쿨 출신 임용…판사는 전남대·경북대, 검사는 부산대·충남대 '약진'
◆서울대 출신 쏠림현상 ‘완화’

검사 임용 순위에서 부산대와 충남대, 판사 임용 순위에서는 전남대 경북대 충남대 등 지방대 로스쿨의 선전이 눈에 띈다. 9명의 검사와 3명의 판사를 배출한 부산대 로스쿨 차정인 학장은 “1000명 뽑던 사법시험 시절에도 30여명이 합격해 전체 대학 중 5~7위 수준을 유지했다”고 소개했다. 검사 7명, 판사 5명을 배출한 충남대 로스쿨 손종학 학장은 “정원(100명)은 적지만 수도권에 가까운 국립대학이라는 장점 등으로 법학적성시험(LEET) 기준으로만 보면 학생 수준이 최상위권”이라며 “학생과 지도교수가 3년간 연결돼 면담하는 등 공부를 많이 시키고 있다”고 했다.

검사와 판사 임용 순위 1위는 모두 서울대가 차지했다. 검사 임용 순위에서 2위는 연세대, 이어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순이었다. 판사 임용 순위에선 성균관대가 2위에 올랐고 이화여대 전남대 경북대 충남대 등이 뒤를 이었다. 연세대는 검사는 26명 배출했지만 판사 임용은 2명에 그쳤다. 김정오 연세대 로스쿨 학장은 “재판연구원(로클럭) 2년 경력이 있어도 판사가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판사 지망생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검사 1명 배출에 그친 건국대 로스쿨 권종호 학장은 “그동안 로스쿨 도입 취지에 충실하려고 한 것이 학생들을 방임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수업 강도를 높이고 각종 인센티브를 주고 있어 내년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취업

응시생 대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90%를 넘고, 판·검사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서울대 로스쿨도 고민이 있다. 취업이다. 조홍식 서울대 로스쿨 학장은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 자발적 실업을 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조 학장은 “공직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학생이 많지만 판사는 바로 임관이 안 되고, 여학생의 경우 검사는 부담스러워해 차선책으로 로펌(법무법인)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차정인 학장은 지방대 차별이 취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하소연했다. 학생 수준은 우수한데 대형 로펌은 과거 대학 서열 위주로 뽑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차 학장은 “학비가 사립대의 절반 수준인 데다 판·검사를 많이 배출하는 학교라는 소문이 나고 있어 취업률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