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직접적 사망 원인은 우울증"…국가유공자 등록 불허

불침번을 서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국가를 수호하다가 숨진 군인에게 인정해주는 '순직'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사망한 군인 A씨의 아버지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2006년 9월 육군에 입대해 춘천에서 복무하던 A씨는 2008년 4월 부대에서 불침번을 서다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평소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같은 해 1월에는 국방표준인성검사(KMPI)에서 '다소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엿보인다'는 소견을 받고 보호관심 병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관심 병사로 지정된 이후에도 A씨는 군 병원 진료나 정신과 상담 등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같은 해 3월에는 민간 정신과에서 '관계사고 불안,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후 보훈청은 2013년 4월 A씨가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훈보상 대상자(재해사망군경)로 등록했다.

A씨 부친은 아들의 순직을 인정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처분을 변경할 수 없다'는 통지를 받자 지난해 8월 소송을 냈다.

군인이 국가의 수호 또는 안전보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 도중 숨졌다고 인정되면 유족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직무 도중 숨졌더라도 그 직무가 국가 수호나 안전보장과 직접 관련이 없으면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보훈보상자법)이 적용되고 보상 폭이 좁아진다.

재판에서 A씨 아버지는 "경계근무는 국가의 수호나 안전보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므로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A씨가 비록 불침번 및 상황근무 중 숨졌지만, 직접적 사망 원인은 직무가 아니라 입대 후 발병했거나 악화된 우울증으로 보인다"며 "국가유공자 등록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