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
김우빈
KBS 2TV 수목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함틋)가 시청률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첫 회 12.5%로 시작한 시청률이 10회에는 8.1%까지 떨어져 자체 최저를 기록했다.

100% 사전 제작, 제작비 100억원, 김우빈·수지 등 톱스타 캐스팅,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경희 작가가 쓰는 순수 로맨스라는 화려한 ‘스펙’에도 시청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일각에서는 ‘태양의 후예’ 이후 드라마 흥행의 ‘만능 키’처럼 여겨지던 사전제작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틋’은 한류스타 신준영(김우빈 분)과 돈·권력 앞에선 한없이 뻔뻔하고 비굴해지는 다큐멘터리 PD 노을(수지 분)의 로맨스를 그린다. 탐사 취재를 하던 업체에서 뒷돈을 받아 해고된 뒤 새 일자리를 찾는 PD와 방송사 섭외 대상인 스타배우의 관계로 둘은 만난다. 노을의 아버지를 차로 치고 달아난 한 재벌가 딸을 비호하고 정황을 날조한 검사가 바로 신준영의 숨겨진 아버지라는 악연으로도 엮여 있다.

수지
수지
시청률 하락의 원인은 다양하다. △남자 주인공의 시한부 삶, 출생의 비밀 등 진부한 이야기 전개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 부재 △보는 이까지 덥게 만드는 한여름의 겨울 패션 등이다.

최근에는 신준영이 노을을 지나치게 ‘함부로’ 대한다는 설정이 논란이 됐다. ‘미안하다 사랑하다’가 끝난 지 12년이나 지났지만 작가는 여전히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나쁜 남자’ 판타지에 빠져 있다는 것. 신준영은 다른 남자와 통화 중인 노을의 휴대폰을 빼앗아 바다에 던지고는 “나는 안 보이냐”며 고함을 지른다. 술 취해 주저앉은 노을을 발로 걷어차기도 한다. 남자가 여자를 번쩍 들어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장면도 나온다. “네 범죄 눈 감아 줄 테니까 나랑 사귀자”고 협박하는 신준영의 모습에서 “밥 먹을래, 나랑 살래!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를 외치던 차무혁(소지섭)이 떠오르는 이유다.

이런 논란과 시청률 하락에도 작품에 손댈 길이 없다는 게 사전제작의 가장 큰 함정이다. ‘쪽대본’으로 만든 ‘생방송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이지만 지금의 한류 드라마 신드롬을 창출해낸 동력이기도 했다. 발 빠른 한국 드라마 제작진이 시청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최적화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등 ‘집단창작’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

시청자 역시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에 작품에 더 큰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첫 회 시청률 2.1%로 시작한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은 “에릭을 살려달라”는 시청자들 봇물이 쏟아지며 마지막 회 시청률 10%를 달성했다.

배우로서도 시청자에게 자신의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회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능했다. 노을 역을 맡은 수지가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PD 캐릭터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회를 거듭해도 그의 연기는 변하지 않는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사전 제작으로 작가와 배우, 시청자가 호흡하는 문화가 사라진 것이다.

최근 ‘함틋’의 동시간대 라이벌 드라마 ‘W’의 흥행으로 ‘반(半) 사전제작’의 가능성에 관심이 높다. 시청률 12.2%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인 ‘W’는 전체 16부 중 대본 및 촬영이 12회쯤 진행된 상태다. 중국 텐센트를 비롯해 일본 태국 필리핀 등 해외 10여곳에 선판매됐다. 쪽대본과 밤샘 촬영에 쫓기지 않으면서도 시청자 의견을 적극 수렴하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