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치료 못 받아 저절로 아문 개방형 상처…명백한 학대"
농장주 부부 "등허리 조금 때린 정도" 상습 폭행 혐의 전면 부인

19년간 청주 오창의 소 축사에서 강제노역하다가 경찰에 발견되면서 자유의 몸이 된 고모(47·지적 장애 2급)씨의 머리는 상처투성이다.

'외부 충격'에 의한 상처인데 보통 상처와는 다르다.

누가 봐도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찢어진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 저절로 아문 상처다.

그런 상처가 몇 개도 아니고 수십 개다.

지적장애 탓에 고씨는 '나무막대기'로 맞았다는 것 외에는 언제 맞았는지 폭행 상황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다.

경찰은 머리 상처를 학대로 규정했지만, 농장주 김모(68)씨와 그의 아내 오모(62·구속 중)씨는 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고씨의 진술과 상흔만으로도 농장주 부부를 엄벌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청주 청원경찰서에 따르면 자신의 원래 이름 대신 '만득이'로 불렸던 고씨는 1997년부터 지난달 초까지 김씨 부부가 운영하는 청주 오창의 소 사육 농장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강제노역을 했다.

오창 축사로 오기 전 충남 천안의 양돈농장에서 2∼3년간 일할 때는 없었던 수많은 상처가 강제노역 19년 동안 생겼다.

그는 피곤해서 늦게 일어날 때나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맞았다고 했다.

어떤 것에 맞았느냐는 경찰 질문에 고씨는 '나무막대'라고 얘기했지만, 경찰이 폭행 도구를 골라 보라고 할 때 그가 집어 든 것은 각목에 가까웠다.

고씨의 진술상 농장주 부부는, 특히 아내 오씨는 고씨의 머리와 팔 부분을 주로 때렸다고 한다.

'각목'으로 머리를 때렸다면 맞은 부위가 찢어지고 피도 흘러내렸을 것이다.

경찰은 고씨 머리의 상처를 '개방형 상처'라고 표현했다.

맞은 부위가 찢어졌는데도 치료를 하지 않아 벌어진 채로 아문 상처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다.

상처 형태로만 추측하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정상이지만, 고씨가 머리 상처 관련 병원 치료를 받은 기록은 그 어디에도 없다.

농장주 부부는 "등허리를 조금 때린 적은 있지만, 상습적으로 가혹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곽재표 청원경찰서 수사과장은 "머리에 난 수십 개의 상처는 고씨가 학대를 받았다는 유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장주 부부가 폭행 혐의를 모두 부인해도 피해자의 몸에 새겨진 학대의 흔적이 이들을 옭아매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검찰도 경찰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검찰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규정된 장애인복지법상의 폭행 혐의 대신 벌금형 없이 7년 이하의 징역형이 규정된 형법상 중감금 혐의를 농장주 부부에게 적용했다.

특히 고씨가 자신을 자주 폭행했다고 지목한 김씨의 아내 오씨에 대해서는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

향후 검찰의 사건 기소 후 재판부가 고씨의 폭행 피해 진술 부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