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직원 규정 어기고 스크린도어 열쇠 청소 근로자에게 건네

심야시간에 지하철 철로에서 청소 준비를 하던 중 전동차가 들어와 급제동을 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역 직원은 규정을 어기고 스크린도어 열쇠를 청소 노동자에게건넨 것으로 드러나 5월 구의역 사고에도 여전히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0시 9분께 공사 자회사인 '서울도시철도 그린환경' 소속 직원 5명은 한 달에 2번 가량 하는 철로 노반 물청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직원 1명은 야광조끼를 입고 역 양 끝에 경광봉을 설치했고, 나머지 4명은 승강장 위에서 청소장비를 챙겼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객운행을 마친 뒤 회송하던 전동차가 들어왔고, 터널 끝에 설치된 경광봉과직원이 입은 야광조끼를 본 기관사가 급제동을 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공사는 청소 과정에서 안전 관련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승강장안전문설비운영관리규정에 따라 역 직원이 직접 스크린도어를 열어야 했지만, 월곡역 직원은 자회사 청소 직원에게 열쇠를 건네 직접 열도록 했다.

5월 구의역 사고 당시 역 직원이 아니라 김군이 열쇠로 직접 스크린도어를 열었던 상황과 '판박이'인 셈이다.

공사 측은 또 "전차선이 단전됐음을 알리는 '단전 방송'이 나온 뒤 청소를 하게 돼 있지만, 그 전에 철로에서 청소 준비가 시작됐다"며 "전차선은 휴일에는 보통 0시 15∼20분 정도에 전류 공급이 끊기는 데, 자회사 직원도 조금 일찍 들어간 측면이 있다.

착각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그러나 스크린도어 관리 규정을 어기고 열쇠를 내준 역 직원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보고, 조사를 마치는 대로 징계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인명 피해가 날 뻔한 상황이었던 만큼,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스크린도어 관련 안전 교육을 강화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