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주차해둔 차량의 내부 온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 때 차량을 외부에 3시간만 주차해도 내부 온도가 최고 90도까지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외부기온이 20도로 무덥지 않을 때도 차량 내부 기온은 40도를 훌쩍 넘곤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여름철 차 안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드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고 경고한다.

동아대학교병원 한성호 가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은 열 탈진으로 불리는 일사병과 일사병이 심해져 몸이 체온조절 능력을 잃는 열사병으로 단계를 구분한다.

열 탈진은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높은 기온에서 오랫동안 있을 때 생기는 현상으로 구토, 설사, 어지러움, 안면 창백,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개 이 단계에서 체온을 떨어뜨려 주면 몸이 다시 회복되지만, 열 탈진을 넘어 열사병으로 진입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열사병 상태에서는 몸의 체온이 41도까지 올라가고, 의식을 잃는다.

뇌에 혈액 순환이 안 되고 이런 현상은 심장에 부담을 줘 사망하게 한다.

폭염 속 차 안에 머무르면 단시간 내에도 열사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한 교수는 "개인차가 존재하지만 건강한 성인이라도 온도가 오른 차 안에서는 10분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면서 "특히 술을 마셨을 경우 몸이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을 못 해 열사병 직전 몸의 경고를 알아차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27일 오후 4시 20분께 부산 사하구에서 술에 취해 주차된 차 안에서 잠이 든 A(5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차 내부 온도는 60∼70도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정됐고, A 씨의 장기 온도는 44도를 기록해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검안의는 판단했다.

지난해 8월 경남 창원에서도 대낮에 술에 취해 차 안에서 잠을 자던 B(54)씨가 열사병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은 팔과 다리에 화상까지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온 조절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와 노인의 경우도 위험하다.

미국에서는 폭염 속 차 안에 아기를 실수로 두고 내려 열사병으로 숨지게 한 사례가 올해만 21건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한 교수는 "온열 질환에 걸렸을 때는 얼음물에 몸을 담그는 등 체온을 빨리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다리를 머리보다 높은 곳에 둬 혈액 순환이 잘 되게 하고 소금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