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개 학교 가운데 47곳만 올 여름방학 때 철거
나머지 학교 학생들 유해물질 노출 불가피, 체육활동 차질도

납 성분이 검출된 전북지역 우레탄 트랙이 제때 철거되지 않은 채 내년까지 방치될 전망이어서 학생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전북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부의 지원마저 미뤄지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21일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조사 결과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도내 143개 학교 가운데 98곳에서 납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별로는 초등학교 43곳, 중학교 23곳, 고등학교 30곳, 특수학교 2곳이다.

이 가운데 진안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납 성분이 기준치(90㎎/㎏)를 무려 100배 이상 초과한 1만1천150㎎/㎏이나 검출됐다.

전북교육청은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이 문제 되자 지난 2월부터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왔다.

그러나 올 여름방학을 이용해 우레탄 트랙을 철거하는 학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7곳에 불과하다.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전체를 들어내는 데 54억여원이 필요하지만 전북교육청은 24억원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교육부가 지원해줄 것으로 예상했던 30억원가량도 아직껏 내려올 기미가 없다.

이에 따라 나머지 51개 학교의 우레탄 트랙 철거는 겨울방학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가 이달 중에 예산 지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말이 없고 처리 지침도 내려주지 않고 있다"며 "예산 지원이 늦어져 이제 나머지 학교는 여름방학 안에 처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 예산이 내려오더라도 수업에 방해되기 때문에 철거작업은 방학 때에나 해야 한다.

51개 학교의 학생들이 또다시 한 학기 동안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납과 같은 중금속에 오래 노출되면 인지기능과 신경계에 악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북교육청은 우레탄 트랙 출입을 막도록 하고 있으나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철거가 늦어지는 학교는 2학기 내내 학생들의 체육 활동에도 지장을 받게 된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건강과 정상적인 2학기 체육 활동을 위해서는 이번 여름방학에 모두 철거하는 것이 맞다"며 "정부의 예산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내년도 본 예산에 이를 세워 겨울방학에는 철거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doin1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