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군 박선규 군수 "다 우리 국민…지역경제 도움"
영월교도소 "하필 교도소냐"에서 "지역경제 효자"로

'내 집 앞에 태양광발전소, 군부대, 교도소까지…'
다른 지역에서는 혐오시설로 지목, 붉은 머리띠를 매고 결사반대하는 시설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지역이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죄 안 짓고 사는 사람 있나요? 군인없이 국가와 국민이 있을 수 있나요? 사람 사는 데 다 필요한 시설들인데…"
3선 연임으로 지난 1일 민선 군수 취임 10년을 맞은 강원도 영월군 박선규 군수의 말이다.

◇ 2013년 이어 두 번째 대대급 군부대 유치
영월군은 남면지역에 부대원 250명의 대대급 군부대를 유치하기 위해 토지매입 등 제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내년 2월 착공에 들어가 2019년 초 준공 예정이다.

2013년 남면 북쌍2리에 69만7천819㎡ 규모의 포병대대를 유치한 데 이은 두 번째 군부대 유치다.

군부대가 들어오는 것을 주민들이 처음부터 찬성한 것은 아니다.

부대가 들어올 때 지역 주민들은 보통의 주민들처럼 거리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면 단위 집회도 준비했다.

주민이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군사보호지역 규제로 재산권 행사가 어렵고, 사격 등으로 인한 소음으로 축산농가 피해가 예상되는 점이었다.

그러나 영월군의 대처는 달랐다.

박선규 군수는 곧바로 마을회관으로 달려가 주민대표들을 만나 칼국수로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 나갔다.

우선 군사보호지역 지정을 최소화해 주민의 재산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하고 저온저장고 신축 지원, 친환경농업지구 지정, 농촌체험마을 지정과 용지매입 지원 등 인센티브를 통한 지역 경제발전을 약속했다.

"모두 우리 자식·손자들이 아니냐. 남북 대치상황에서 안보가 최우선이라면서 우리 지역에 군부대가 들어오는 것은 반대한다면 말이 되겠느냐"는 박 군수의 설득에 주민대표들은 이내 수긍했다.

군과 주민들 뜻에 보답하듯 영월에 보금자리를 잡은 군부대 장병들은 마을주민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과외 지도를 비롯한 농촌 일손돕기, 수해 복구, 자연정화, 마을행사 지원 등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활력소가 되고 있다.

◇ "하필 교도소냐"에서 "지역경제 효자"로



유치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설은 역시 2011년 2월 건립된 영월교도소다.

영월군 영월읍 팔괴산 산 224번지 일원에 있는 영월교도소는 부지 10만7천600㎡, 건축 연면적 1만9천835㎡ 규모로 235명의 직원과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 약 271억 원이 들어간 사업이다.

전형적인 혐오시설인 교도소가 영월에 유치된다고 했을 때 많은 주민이 전례 없이 심하게 반대했다.

흉악한 범죄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인근 대학의 교육환경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 땅값 하락 등이 그 이유였다.

여기서도 주민과의 진솔한 대화가 빛을 발했다.

박군수는 "죄 안 짓고 사는 사람 있나.

순간적인 실수로 또는 예기치 못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며 다소 도발적이면서도 수용자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깔린 설득이 주민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벼운 사람들이 있는 개방형 교도소라는 점, 공무원 전입이 공장 유치보다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점 등도 작용했다.

실제로 영월교도소는 하루평균 20~30명의 수용자 가족이 면회를 위해 영월을 방문하는 등 지역 경제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50여 명의 교도소 직원이 상주하게 되면서 가장 중요한 인구 유입 효과까지 얻었다.

박 군수는 "일부 반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 상주인구 증가, 지역경제 활성화, 교정공무원 농촌 일손돕기를 비롯한 활발한 봉사활동 등으로 지역발전 기여도에서 으뜸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영월교도소 직원들은 농산물 출하기에는 지역 내 특산품인 옥수수나 포도, 복숭아, 꿀 등을 공동구매하기도 하고, 비상시에는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폭우피해 복구 등 봉사활동도 함께하면서 좋은 이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직원들은 또 봉사회를 조직, 중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홀몸노인이나 다문화가정을 찾아 생활용품을 지급하거나 도배를 해주는 등 주민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4일에는 연말을 맞아 교도소 내 대강당에서 영월지역 음악동호인들로 구성된 '빅밴드'와 수용자 밴드인 '동강희망나눔 봉사단'이 어울려 합동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 아시아 최대 태양광발전소…주민 "빨리 짓게 해달라" 시위까지



영월군 남면 연당리 산 237번지 남면태양광발전소는 101만6천543㎡의 광대한 면적에 40MW 용량의 아시아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시스템으로, 1천400억 원이 들어간 사업이다.

이 발전소는 2007년 10월 30일 산업자원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으나 정부의 계속되는 정책 변경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6년여만인 2014년 1월 1일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사업 초기 영월읍 흥월1리 주민들이 태양광발전소와 변전소를 연결하는 전신주 설치 공사로 마을 경관이 훼손된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소통과정에서 안전성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태양광발전소 건립이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해가 생기면서 나중에는 주민들이 되레 중앙 정부에 빨리 발전소를 건설하도록 해줄 것을 촉구하는 시위까지 벌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한재원 ㈜영월에너지스테이션 소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영월군이 정말 열심히 도와주고 주민들도 빨리 지으라고 격려해 좋은 결실을 보았다"고 회고했다.

협력하는 분위기 속에 태양광발전소는 우수한 기술력으로 국내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물론, 해외로 기술을 수출하는 등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활용도가 거의 없는 가파른 보전 임지를 개발한 남면태양광발전소는 먼저 전력생산과 영농을 접목한 세계 최초 다목적 복합발전단지라는 점이 눈에 띈다.

위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아래에는 쌈채소로 널리 알려진 산마늘(명이나물)을 대량 재배하는 영농시설을 갖춰 지역 주민의 소득사업에 기여하고 있다.

획기적인 '추적식' 시공방법(패널이 해를 따라 움직이는 방식)으로 타 발전소보다 우수한 전력 생산성도 자랑거리다.

이러한 기술력으로 가동 3년째에 불과하지만 지난 6월 말 현재 35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하고 있다.

군은 매년 5억~7억 원의 순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몽골 태양광발전사업자인 모사에코에너지(대표 바투바타르)와 한국의 자산운용사 아이디어브릿지(대표 장석환)는 지난 18일 한·몽 정상회담 관련행사인 한·몽 비지니스포럼이 열린 울란바토르 상글리아 호텔에서 전체 사업비 1억 달러(약 1천142억 원)로 몽골 신공항에 모두 50MW 용량의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에서 영월에너지스테이션은 전체 사업비의 4~5%에 해당하는 기술료를 받고 기술전수와 시공관리·운영 노하우 제공을 하기로 해 강원도 영월 태양광 기술의 우수성을 대외에 과시했다.

10년 전 민선 군수에 당선된 후 가장 먼저 2층에 있던 군수실을 절반으로 줄여 1층으로 이사하고 관사를 어르신 쉼터와 6.25 참전용사회 사무실로 내놓았던 박선규 군수는 "군민과 공직자 모두 하나가 돼 군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결과 얻어진 결실"이라고 공을 돌렸다.

(영월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ryu62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