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협력사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면서 정작 자신들은 유명가수를 초청해 축제를 벌인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현대자동차 부품 협력사들은 현대차 노조가 오는 25일 노조창립 29주년을 기념해 ‘조합원 가족 어울림 한마당’을 연다는 소식에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오후 8시 울산 명촌 주차장에서 신유 홍진영 지원이 등 유명 가수를 불러 조합원 및 가족 노래자랑 대회를 열 예정이다. 노조는 행운권 추첨을 통해 해외여행권, 제주도 여행권, 식사권, 로봇청소기 등 조합원 120명에게 다양한 경품을 나눠줄 계획이다.

울산의 협력사 대표들은 “부품업체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할 때마다 조업중단 등의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며 “협력사 근로자들은 회사 경영손실분만큼 임금이 삭감되고 여름 휴가비도 제대로 못 받는데 가해자 격인 현대차 노조가 축제를 벌인다니 할 말이 없다”고 허탈해했다.

경주 용강공단 1차 부품사에서 일하는 김모씨(48)는 “현대차 노조는 파업을 해도 별 피해가 없지만 협력사 근로자들은 피멍이 든다”며 “해마다 이런 피해를 입어야 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지 개탄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협력사 근로자는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벌일 때마다 자식들 학비를 걱정한다”며 “이런 와중에 유명 가수들을 불러다 축제를 열고 값비싼 경품까지 내거는 행태를 보면 분노가 치민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 가족 행사에 대해 “올해 임금교섭 승리와 노조 창립을 기념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