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 공로상 받은 나노브릭 주재현 대표 "식품 위·변조 막는 나노 태그 기술 인정받았죠"
생수병 뚜껑을 밀봉한 플라스틱 인식표(태그)에 자석을 갖다대면 색이 변한다. 나노기술로 만든 특유의 문양이 자기장에 반응한 것이다. 생산과정에서 제품에 이 태그를 부착해 출하하면 소비자가 색 변화를 보고 정품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위조방지 솔루션업체 나노브릭이 개발한 정품인증 제품 ‘엠태그’다.

나노브릭은 지난 18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막을 내린 ‘2016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회의 기간 사용한 식품과 생필품에 엠태그를 활용, 위·변조 방지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주재현 나노브릭 대표(사진)는 “앞으로 엠태그가 ASEM을 비롯해 다양한 국제 행사에 적극 활용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2012년 엠태그 시제품을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정품인증 솔루션에 나노 소재를 적용했다. 카멜레온의 피부와 나비 날개 등이 외부 자극에 따라 색이 변화는 현상에 착안했다. 나노 입자로 태그 표면에 구조물을 쌓고 자기장과 전기장을 이용해 색과 빛 투과도를 자유롭게 조절하도록 했다.

태그가 제품에 부착되면 원천적으로 위·변조도 불가능하다. 나노브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태그를 생산할 수 있는 나노기술을 갖고 있어서다. 소비자가 상품을 받으면 자석이나 휴대폰으로 손쉽게 태그의 색상 변화를 확인하고 정품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개발 첫해 국무총리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지식경제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의 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됐다. 세계 최대 나노 기술 전시회인 ‘도쿄나노테크 2012’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해외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주 대표는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학사와 석·박사 과정을 모두 마친 반도체 전문가다. LG반도체와 삼성전자를 다니다 2007년 회사를 설립했다. 나노 기술의 높은 성장 가능성을 발견해서다. 그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나노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창업을 택했다”고 했다.

그는 회사를 세운 이후 엠태그 완제품이 나온 2015년까지 꼬박 8년을 연구개발에만 매달렸다. 기존 나노 공정이 마치 조각하듯이 제품을 만들었다면 주 대표는 밑바닥부터 쌓는 방식을 택했다. 공정이 간단하고 단가도 낮출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는 게 주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엠태그 상용화에 성공하자 올해 ASEM 개최국인 몽골 정부로부터 연락이 왔다. 회의 기간 사용되는 식품 위·변조 방지 시스템을 구축할 사업자로 응찰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공인되지 않은 식품 등이 행사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몽골 정부의 설명이었다. 지난 4월 엠태그는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을 제치고 ASEM 공식 위조방지장치 ‘아셈태그’로 채택됐다. 주 대표는 “보안성 높은 나노 신소재를 사용해 위·변조를 근본적으로 차단했다”며 “식·음료 안전에 최적화된 보안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엠태그는 올 상반기에만 7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주 대표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샤넬 에르메스 등 글로벌 명품업체를 비롯해 위스키 시계회사 등에서 위조 방지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다. 지난달에는 세계 25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비영리 단체 국제위조방지연합(IACC)에 국내 최초로 회원 자격을 얻었다. 주 대표는 “엠태그가 전 세계 정품인증 솔루션으로 성장하도록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