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현대중 노조 동시파업 지속 여부에 시민적 관심

올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동시파업에 들어가자 20여 년 전 파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되살아나고 있다.

두 노조의 19일 동시파업이 23년 만이기 때문이다.

이들 노조는 1993년 당시 현대그룹총연맹(현총련) 소속의 핵심 사업장으로 국내 노동계의 양대 축이었다.

1987년 설립된 현총련은 1997년 10년 만에 노동부로부터 합법적인 상급노동단체로 인정받았다.

한때 소속 노조가 30여 개에 달할 정도였다.

현총련의 초기 결성 목적은 현대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노무관리를 했기 때문에 단위 기업별 노조가 단결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서비스, 현대정공 울산공장 및 창원공장, 현대미포조선, 현대강관, 인천제철, 현대알루미늄, 한국프렌지, 캐피코 등 10개 단위노조에 5만8천650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거대 합법노조가 현총련이었다.

매년 임금·단체협상과 함께 무노동 무임금 철회, 노동법 개정 반대투쟁 등을 위해 단위 사업장, 그룹,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2001년 그룹의 분리와 단위 사업장의 개별적인 활동으로 운영이 어렵게 되자 단체를 해산하고 금속연맹 등의 산별노조 활동으로 전환했다.

이 현총련이 올해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의 동시파업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파업 첫날부터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박유기·백형록 현대차·현대중 노조위원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대파업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에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관의 태화강 둔치 울산노동자대회에도 함께 참여해 연대를 과시한다.

두 노조의 동시파업은 자동차와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국내 최대 사업장 노조가 뭉쳐서 정부와 기업, 재벌을 상대로 투쟁에 나섰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들 노조도 동시파업 배경을 두고 현대차 노조는 재벌개혁과 올 임협 결렬, 현대중 노조는 조선산업 구조조정 저지와 회사의 임단협 불성실에 맞선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백형록 현대중 노조위원장은 "올해 임단협 승리, 재벌 전면개혁, 조선업종 구조조정 분쇄, 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해 총력투쟁을 힘차게 결의하고 연대투쟁을 강력히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10여 개에 이르는 현대기아차그룹 사업장 노조 역시 22일 서울 양재동 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연다.

올해 임협과는 별개로 그룹 사용자 측을 상대로 요구한 공동교섭이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다.

그룹 대표 사업장인 현대차 측은 이에 대해 "공동교섭은 회사별로 근로조건과 지불능력 등 경영환경이 달라 불가능하고, 법적으로 참여할 의무도 없다"며 "공동교섭 요구는 약화한 산별교섭을 회복하고 투쟁의 명분을 찾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20여 년 전 현총련의 공동투쟁처럼 올해는 현대차와 현대중, 현대기아차그룹 사업장 노조가 뭉쳐 공동투쟁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의 동시파업이 올해 얼마나 오래 갈 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인지 노동계는 물론 회사, 시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여름휴가 전후 사업장별 노사협상 진척 상황에 따라 공동투쟁 지속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