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등 5개 시군 지자체·의회 "기습인상"
코레일 "할인율 현실화…불가피한 결정"


코레일이 경춘선에 투입한 준고속열차인 'ITX-청춘' 할인율을 축소키로 하자 강원 춘천시를 비롯해 이웃 지자체까지 반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코레일이 할인율 현실화를 이유로 다음 달 1일부터 ITX-청춘에 적용된 30%를 15%로 조정하기로 했다.

단, 통근과 통학하는 이용객이 사용하는 정기승차권 운임은 기존과 동일하다.

일반 이용객은 할인율 축소에 따라 용산∼춘천 기준 운임 9천800원에서 30% 할인 적용된 6천900원(일반실 기준)을 내던 것을 다음 달부터 15%가 줄어든 8천300원을 내야 한다.

2012년 2월 28일 개통을 앞두고 요금이 비싸다는 이용객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할인율을 적용됐다가 4년여 만에 축소한 것이다.

◇ 경춘선 복선화…급행 전철 폐지, ITX-청춘 열차 투입
ITX-청춘 열차는 경춘선 복선전철에 국내 처음으로 투입돼 2012년 2월 28일 첫 운행에 나섰다.

KTX로 연계 환승이 가능한 용산역까지 달리는 준고속열차인 'ITX-청춘' 열차가 최고 180km 속력으로 연결, 춘천을 '출퇴근이 가능한 도시'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특히 ITX-청춘은 수유실과 화장실,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편의시설과 승무원이 객실서비스를 제공하며 8량 가운데 2량은 국내 처음으로 2층 객차로 구성돼 개통 당시부터 관심이 높았다.

대신 앞서 2010년 12월 개통한 경춘선 복선전철에 투입돼 일부 역만 정차했던 급행 전철은 폐지했다.

일반 전동차는 운행하고, ITX-청춘 열차가 급행 전철의 역할을 대신했다.

급행 전철은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전 옛 무궁화 열차가 약 1시간 50분 걸렸던 서울까지 운행시간을 약 60분대로 단축했다.

이 때문에 ITX-청춘 열차 개통으로 폐지되는 기존 급행 전동차를 존속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시민단체 목소리가 컸다.

여기에는 ITX-청춘 열차 운임이 춘천∼용산 기준 9천800원으로 책정돼 비싸다는 여론이 한몫했다.

하지만 지정좌석제로 운행하는 ITX와 현재 운행하는 전동차와 비교 대상이 아니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이런 논란 속에 ITX-청춘 열차 개통을 앞두고 코레일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이용객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30% 할인된 특별요금을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 코레일, 4년여간 미뤄온 '할인율 현실화' 시행
코레일은 이용객 부담을 고려해 ITX-청춘 열차의 요금 현실화를 유예해 왔다.

하지만 다른 지역 노선과의 형평성과 지속적인 운영비 증가에 따라 할인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춘천∼용산(98㎞)을 운행하는 ITX-청춘 열차의 1㎞당 운임은 현재 100.50원에서 30% 할인을 받아 70.35원이다.

하지만 이보다 거리가 짧고 속도가 느린 서울∼천안(96.6㎞) 새마을호의 1㎞당 운임은 96.36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ITX-청춘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 대비 수익인 원가보상률이 매년 동력비와 선로사용료 등 운영비용의 지속적인 증가로 지난해 기준 73.2%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에서 춘천까지 운행하는 시외버스보다 속도는 빠르면서도 요금은 저렴하게 책정해 운영해 온 점도 꼽았다.

시외버스는 남춘천역과 인접한 춘천터미널에서 강남 센트럴역까지 요금은 8천 원, 시간은 90분 소요되지만, ITX 열차는 남춘천역에서 용산까지 6천700원, 65분가량 소요된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이번 할인율 축소와 함께 ITX-청춘 막차시간도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용산역 기준 오후 10시까지인 ITX-청춘의 막차시간을 30분가량 연장하기 위해 다음 달 중 편도 1회를 추가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춘천시민단체 "사실상 요금 인상"…이웃 지자체와 공동대응
춘천지역사회는 사실상 요금을 기습적으로 인상해 지역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춘천경실련, 춘천생명의숲 등 지역 11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춘천시민사회네트워크가 가장 먼저 반발했다.

이들은 "2012년 2월 코레일이 ITX-청춘 개통을 앞두고 30% 할인이 한시적 할인이 아닌 상시적 할인이라고 밝혔다"라며 "이는 기존 춘천∼상봉 간 경춘선 급행 전철을 폐지하고 ITX-청춘 투입을 계획하면서 비싼 요금을 책정한 코레일의 정책에 대한 반대운동 때문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출퇴근 시간대 급행 전철을 부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춘천시도 할인율 축소에 대해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사회단체, ITX 운행 구간인 이웃 자치단체 등과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춘천시와 양구, 홍천, 화천, 경기 가평군 등 5개 시장과 군수는 19일 오후 2시 춘천시청에서 요금 인상과 관련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한다.

춘천시번영회와 이통장협의회, 주민자치연합회, 시민사회네트워크도 18일 지하상가 회의실에서 모임을 하고 요금 인상 반대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춘천시의회 의원들도 18일 춘천역 광장에서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ITX-요금 인상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는 한편 1인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ha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