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새 33% 오른 최저임금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월급 135만2230원, 209시간 기준)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7.3%(440원) 오른다. 2013년 4860원에서 4년 새 33%(1610원)나 인상되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차례에 걸친 전원회의 끝에 지난 16일 노동계 위원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표결을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최저임금위는 유사 근로자의 임금인상률(3.7%)에 소득분배개선분(2.4%)과 협상조정분(1.2%)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인상 압박과 노동계의 ‘시급 1만원’ 주장 바람을 타고 두 자릿수 인상이 예상됐으나,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과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국내외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7%대 인상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70% 이상이 5명 미만 사업장 소속이며, 90% 이상은 30명 미만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직원들이 지난 16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안(시급 6470원)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근로자위원 9명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사용자위원 7명(소상공인 대표 2명 퇴장), 공익위원 9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찬성이 14표였고 반대와 기권이 각 1표였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 직원들이 지난 16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안(시급 6470원)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근로자위원 9명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사용자위원 7명(소상공인 대표 2명 퇴장), 공익위원 9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찬성이 14표였고 반대와 기권이 각 1표였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매년 7% 이상 인상을 거듭하고 있지만 생산성에는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3년 6.1%, 2014년 7.2%, 2015년 7.1%, 2016년 8.1%였다.
4년 새 33% 오른 최저임금
일정 시간 투입한 노동량과 생산량을 따지는 노동생산성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생산성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의 물적 노동생산성은 2011년 101.4(2010년=100 기준)를 기록한 이후 2012년 98.9, 2013년 97.0, 2014년 95.6, 2015년 93.8로 낮아졌다. 서비스업 분야도 2011년 99.5, 2012년 97.3, 2013년 97.0, 2014년 96.4, 2015년 97.4로 크게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건비만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저임금이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 비율, 즉 ‘미만율’에 관한 지적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수는 263만7000여명으로, 전체 근로자(1923만2000여명)의 13.7%에 달했다. 종전 최고치인 지난해 232만6000여명에 비해 30만명 이상 늘어났다.

노동계는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미만율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 화곡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올해 아르바이트생에게 최저임금(시급 6030원)을 넘는 6300원을 계산해서 줬는데 최저임금 위반 사업자로 고발당했다”며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다는 것인데 계산 방식이 너무 복잡해 사업주들은 자신도 모르게 범법자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른바 ‘최저임금 산입기준’, 즉 상여금, 교통비, 급식비, 초과근로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현행 최저임금 산정 방식에 관한 지적이다.

산입기준은 최저임금 국제 비교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슈다. 노동계는 올해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근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최저임금제 시행 25개 국가 중 한국이 17위’라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OECD 자료는 국가별 최저임금 산입 범위 차이로 정확한 비교에 한계가 있다.

한국은 기본급과 정기·고정수당만 최저임금에 포함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상여금과 각종 수당도 포함한다. 한국보다 최저임금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자영업자들의 수입도 미만율을 높이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자영업자는 670만명가량으로 전체 취업자(자영업 포함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 중 25.9%다. 이 중 287만7000여명(42.1%)이 55세 이상이다.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중장년 비중도 문제지만, 심각한 것은 상당수가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해 창업한 비자발적 자영업자라는 점이다.

자영업자의 평균 월수입은 187만원(2013년 기준)이었다. 50대 자영업자는 180만원, 60대는 135만원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평균 수입이 낮았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의 1년 생존율은 58.3%, 5년 생존율은 28.1%에 불과하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라는 것은 일부 악덕 업주의 사례를 침소봉대하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최저임금 위반 사업자에 대해 벌금 대신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소상공인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