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해충' 미국선녀벌레 '비상'…품종 안가리고 무차별 습격
2009년 유입 후 올해 최대 피해 우려…봄 가뭄·고온에 최고 40% 증가
번식력 왕성·소독땐 숨었다 다시 '떼공격'…"일시 공동방제가 최선"

대표적인 외래 해충인 미국 선녀벌레는 예쁜 이름과는 달리 고약한 폐해를 끼치는 것으로 악명 높다.

북미와 유럽이 원산지인 미국 선녀벌레는 2009년 서울과 경남 밀양에서 처음 발견된 뒤 국내에서 무서운 기세로 퍼져 나갔다.

이듬해 6개 광역시·도, 21개 시·군에서 발견됐고 2011년 7개 시·도, 27개 시·군, 2012년 9개 시·도, 31개 시·군, 2013년에는 9개 시·도, 35개 시·군으로 번졌다.

농작물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불어났다.

2014년 농경지와 삼림 등 3천264㏊에 걸쳐 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천25㏊, 1천914 농가가 막대한 피해를 봤다.

올해는 3∼6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던 데다 이 시기 강수량도 적었던 탓에 개체수가 급격히 불어난 미국 선녀벌레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

피해 면적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은 미국 선녀벌레를 비롯한 외래해충이 올해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피해 실태를 조사 중인데 작년보다 피해가 훨씬 큰 것으로 추정된다"며 "장마철 이전까지 이어진 봄 가뭄과 이상고온 현상으로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사가 끝난 충북 충주의 경우 이미 88곳 683㏊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선녀벌레는 식물에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 먹어 말려 죽이거나 감로(단맛을 내는 분비물)를 배설, 그을음병을 유발한다.

끈적거리는 설탕물 같은 왁스 물질을 쏟아내 식물 표면을 뒤덮어버려 큰 피해를 초래한다.

미국 선녀벌레는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한 마리가 보통 100여 개의 알을 낳는다.

선호하는 품종을 가진 보통 해충과 달리 잡식성이다.

웬만한 식물은 미국 선녀벌레의 공격을 피해갈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단감과 매실, 두릅, 아카시아, 산딸기, 탱자나무, 옻나무, 밤나무, 참나무, 가죽나무, 칡, 찔레, 뽕나무, 백일홍, 쑥 등 품종을 가리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포도·사과·배·감귤을 비롯한 과수류와 고추·오이·딸기 등 과채류, 단풍나무·느릅나무 등 산림에 이르기까지 발병 품종이 매우 광범위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단감, 포도, 장미과 관목류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사과, 복숭아, 고추, 참깨, 콩 같은 농작물을 비롯해 주로 산림과 인접한 곳에서 재배하는 인삼과 참나무, 아카시아, 무궁화나무도 큰 피해를 본다.

미국 선녀벌레의 기본 서식지는 삼림이다.

숲 속 나무에 붙어살며 알을 낳는다.

5월 초순 부화를 시작해 하순이면 대부분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약충)가 된다.

6∼7월 껍질을 3∼4차례 벗고 자라 성충이 되고 8∼9월에 산란기를 맞는다.

해충을 제거하는 최적의 방법은 알집 제거지만 미국 선녀벌레의 경우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주홍날개 꽃매미나 갈색날개 매미, 갈색여치 등과 달리 알집이 워낙 작아 육안으로 확인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조차 알집 위치를 찾아내기 힘들다.

성충이 되면 이동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농경지 소독을 하면 인근 산림으로 달아났다 약기운이 가라앉으면 다시 돌아와 공격한다.

농경지와 산림을 아우르는 대규모 동시 방제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은 이유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안기수 박사는 "미국 선녀벌레는 이맘때면 이미 몸집이 커져서 비가 와도 여간해선 죽지 않는다"며 "분포 범위도 워낙 넓어 방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심 지역도 미국 선녀벌레의 공격 대상이다.

나무가 많은 도심 공원, 아파트 단지, 개인 주택의 나무와 화초도 수시로 습격을 받는다.

농업진흥청과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에는 최근 도심 지역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선녀벌레는 차량으로 수송되는 식물이나 자동차에 붙어 먼 곳까지 장거리 이동을 하기도 한다.

2009년 처음 국내에서 발견됐을 때도 농경지가 아니라 고속도로 주변에서 나오기 시작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농경지와 산림에 대한 공동방제가 필수적이다.

미국 선녀벌레 방제용 등록 약제가 10여 종에 달하지만, 문제는 방제 방식이다.

워낙 이동성이 좋은 데다 피해를 입힌 뒤 '치고 빠지는' 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농작물만 방제해선 효과를 볼 수 없다.

농업 당국은 미국 선녀벌레의 약충에 기생하는 천적 집게벌을 북미에서 도입해 퇴치에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농촌진흥청 이용환 박사는 "집게벌도 외래종이어서 국내에 들여올 경우 또다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알집의 월동기나 부화 시기에 집중적으로 방제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