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진입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서 B등급 이상 대학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돈이 ‘좀비 대학’을 연명시키는 데 쓰인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다.
자생력 없는 '좀비 대학' 퇴출시킨다
○부실대학 정부 예산 못 받는다

교육부는 14일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대학의 자율성을 키우고 진입 문턱을 높여 잘할 수 있는 대학에 재원을 우선 배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장미란 교육부 대학재정지원과장은 “비슷하거나 중복된 사업을 합칠 계획”이라며 “시안을 기초로 대학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세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은 등록금 외 대학이 쓸 수 있는 최대 재원이다.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대학 순위가 뒤바뀔 정도로 각 대학의 ‘명줄’을 쥐고 있다. 등록금 동결이 장기화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번 개편과 관련해 대학들이 가장 주목하는 건 참여 조건을 까다롭게 바꾸기로 한 대목이다.

지난해 1차 대학평가에서 전체 158개교 중 C등급(36곳) 이하를 받은 대학은 68곳이었다. 교육부는 내년에 예정된 2기 구조개혁평가에서 B등급 이상을 받지 못한 대학을 재정지원사업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기 평가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학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원점에서 전체 대학을 다시 평가할지, A등급 이하만 재평가할지 등 세부적인 것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부 입김 더 세질까 걱정”

사업 방식도 상향식으로 바꾼다. 대학이 각자 특성에 맞춰 사업계획서를 내면 평가위원회가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뒤 예산을 배분하는 식이다. BK21플러스, 특성화,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 산업연계교육활성화, 대학인문역량강화 등 기존 사업은 평가 지표를 간소화하고 정성평가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개선된다. 또 10개 주요 사업이 2018년 끝나면 2019년부터는 중복 사업을 통폐합해 사업 수를 4개로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지지부진한 부실대학 퇴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사업 수 줄이기에만 초점을 뒀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울러 정성평가 지표가 늘면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정성평가 비중이 높아지면 사업에 지원했다 탈락했을 때 심사의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대학이 많아질 것”이라며 “교육부 관료들의 힘이 더 세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좀비 대학’을 퇴출시키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대형 사립대 총장은 “몇 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상당수 대학은 연구 역량 제고, 수업의 질 개선 등을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대학의 정부 재정 의존도를 줄이면서 더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기훈/박동휘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