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권 운임은 동일에도 학생 반응 싸늘 "돗자리 깔고 타는 게 낫겠다"
수도권 접근성 내세워 홍보한 대학도 대책 마련 부심


박영서 기자·설현빈 김선애 인턴기자 = "학비는 고사하고 용돈 벌기도 빠듯한데 교통비까지 오른다는 생각에 막막합니다…"


강원 춘천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변모(25·여) 씨는 부쩍 걱정이 많아졌다.

코레일이 다음 달 1일부터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ITX-청춘' 열차 할인율을 30%에서 15%로 조정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용산역∼춘천역을 기준으로 편도 6천900원인 요금은 8천400원까지 오르게 된다.

서울에서 춘천으로 통학하는 변 씨는 교통비 부담 증가로 도미노 쓰러지듯 무너질 소비패턴 변화에 벌써 걱정이 앞선다.

그나마 기숙사가 해답이지만 신청해도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다.

방세와 생활비까지 합쳐 한 달에 수십만 원에 달하는 자취생활은 진작에 고려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국, 다음 학기 시간표가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변 씨는 지난 학기까지 그동안 주4일 시간표 작성을 고집해왔다.

주5일로 짜기에는 왕복 1만3천400원에 달하는 교통비가 너무 부담스럽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서다.

그렇다고 주3일 학교를 나오기에는 하루 내 들어야 하는 수업 수가 많아 부담스러웠다.

변 씨는 "할인율 축소는 사실상 교통비 인상과 다름없기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시외버스를 이용하거나 다음 학기는 주3일 시간표를 짜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코레일은 통근과 통학하는 이용객을 위해 정기승차권 운임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정기승차권은 자유석이기 때문에 선착순으로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자리가 없다면 1시간가량을 서서 가야 한다.

보통 청춘열차 총 8량 중 자유석은 1∼3량으로 이용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3량, 적은 시간에는 1량을 지정해 탄력적으로 운용한다.

서서 가고 싶은 사람은 없기에 열차가 들어설 시간이면 자리를 쟁탈하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선다.

게다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정기권을 쓸 수 없어 일반승차권을 끊어야 한다.

결국, 대다수 학생이 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만이라도 편하게 가고 싶은 마음에 정기권보다 일반승차권을 선호한다.

경전철을 이용하는 학생도 있지만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시간과 딱딱한 좌석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대학생 정모(23) 씨는 "정기권이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자리에 앉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차라리 돗자리를 깔고 타는 게 낫겠다"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도권과 접근성을 내세워 홍보하는 지역 대학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지역거점국립대학교인 강원대는 2012년 2월 28일 청춘열차 개통 이후 서울·경기·인천 출신 학생 비중이 2012년 52.96%에서 올해 58.83%까지 늘었다.

정시 모집으로 좁히면 입학생 10명 중 7명이 수도권에서 온 학생들이다.

한림대 역시 올해 신입생 중 수도권 학생 비율이 67.6%에 달한다.

특히 강원대는 국립대로서 등록금이 낮고 교통망이 좋다는 장점 때문에 수도권 학생들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청춘열차 특수를 직간접적으로 누린 만큼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원대 관계자는 "가계부담 탓에 청춘열차를 타지 못하고 경전철을 타는 학생들도 많다.

할인율 축소로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여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강원대 학생회 측도 정기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코레일은 이용객 부담을 고려해 4년여간 요금 현실화를 유예했지만 매년 운영비용 증가로 ITX-청춘 원가보상률이 지난해 기준 73.2%에 머물러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춘천=연합뉴스) conan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