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정수기에서 섞여 나온 니켈 도금 이물질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번지면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니켈이 다른 중금속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다는 점에 대해서는 가전업계와 의견을 같이 했지만 도금에서 떨어져 나온 니켈 조각을 장기간 섭취했을 경우에 대해서는 인체 위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최근 코웨이 얼음정수기 부품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알려진 니켈은 수도꼭지나 그릇 등을 도급할 때 흔히 쓰이는 물질이다.

호흡기로 들어갈 경우 폐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소화기로 들어갔을 경우의 유해성과 관련해서는 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연구결과나 국내 안전 규정이 없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니켈은) 크롬·망간·수은 등의 중금속보다는 유해성이 적고 체내 흡수율도 낮다"며 "물에는 녹아 나오지 않는 성분이기 때문에 도금 재료로 널리 쓰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화학 전공 교수는 "물에 다량 섞여 나온다면 문제지만 니켈의 특성이나 (니켈 섭취) 관련 연구 결과가 거의 없는 점을 봤을 때는 가습기 살균제와 비교할만큼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코웨이의 주장처럼 소비자 건강에 유해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해 학자들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임영욱 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니켈은 공기중에 섞여 호흡기로 들어갈 경우 폐암의 원인 물질로 꼽히지만 물에 섞여서 마시게 되는 경우는 발암물질이라기보다는 몸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독성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체(코웨이)가 제시한 니켈 검출 수치가 어떤 상황에서 분석한 것인지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알려진 정보만으로는 유해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어린이가 이를 섭취했을 경우 등을 고려하면 업체 측의 설명처럼 '무해하다'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교수는 "니켈이 물에 녹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화기로 들어가 위에서 강한 산인 위액을 만나면 (녹아 체내에 흡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학적 유해성뿐 아니라 물리적 유해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교수는 "벗겨진 도금이 가루 같은 모양이라면 코웨이의 주장처럼 몸 밖으로 배설될 수 있지만 이물질이 뾰족한 모양으로 떨어져 나왔다면 식도·위·장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점막 층에 박혀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코웨이의 대응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임 교수는 "유럽에서는 니켈을 포함한 12개 유해물질을 전기·전자제품에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렇게 강력한 규제는 아니더라도 유해물질에 대해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니켈은 비교적 안전한 도금 물질이지만 마시는 물에 그 일부가 벗겨져 섞여나오는 것은 결국 제품을 잘못 만들었다는 뜻"이라며 "불량 제품을 만들었으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지, 1년 넘게 쉬쉬하는 것은 유해성이 얼마나 크냐를 떠나 윤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