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감식 결과, 배관 맨홀서 'V' 표시 페인트 성분 검출

고려아연 황산 누출 사고 당시 근로자들은 작업 허가가 떨어진 'V' 표시의 배관을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원인으로 원·하청 작업 관리자의 관리 소홀에 무게가 더 실리는 것이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사고 배관 맨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 의뢰한 결과, 'V' 표시에 사용된 파란색 페인트와 99% 일치하는 성분이 검출됐다고 6일 밝혔다.

'V' 표시는 설비 정기 개·보수 준비 단계로 원·하청 관리자들이 함께 작업해도 안전하다는 의미로 색칠해 둔 표식이다.

근로자들이 이 표시를 믿고 작업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사고 직후 고려아연 측은 "작업자들이 열면 안 되는 배관을 여는 바람에 났다"면서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했다.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경찰과 국과수 합동 현장감식 당시에도 사고 배관에 이 표시가 없어 의문이 남았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는 기자브리핑을 열고 "사고 목격자들이 분명히 'V' 표시를 봤다고 증언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반발이 거세자 경찰은 사고 맨홀을 국과수에 추가 감식 의뢰했고 'V' 표식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경찰은 "유출된 황산이 'V' 표시에 흘러내려 지워질 수 있다는 감식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황산을 모두 제거하지 않은 상황에서 작업을 지시한 원·하청의 안전관리 소홀 책임이 확실한 만큼 엄정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고려아연 2공장에선 지난 28일 오전 9시 15분께 황산이 유출돼 협력업체 근로자 6명이 화상을 입었다.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cant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