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니·유럽 등 10여곳…이미 3∼4곳은 위법 단서 포착
망갈리아 조선소·오만 법인 등 부실경영 진원지 중심 수사

검찰이 대우조선해양이 해외 사업 거점에서 비자금 조성과 회계조작을 벌인 정황을 잡고 이 회사의 외국 지사와 법인의 자금 흐름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이미 해외 지사와 자회사 3∼4곳에서는 재무 비리 단서가 드러났으며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등이 비리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된 상태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대우조선이 해외에서 운용한 법인·사무소의 모든 운영계좌와 자금거래 내역 일체를 제출받기로 했다.

대상은 중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소재 자회사를 비롯해 영국, 그리스, 러시아, 아프리카, 싱가포르 등지에 소재한 지사 등 10여개 기관의 계좌정보 등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지사 등 청산 내지 정리 절차를 밟은 해외 지사나 페이퍼컴퍼니의 운영계좌도 포함된다.

검찰은 이미 해외 기관들의 경영자료, 영업실적이 반영된 연결재무제표 등을 확보해 분석해 왔다.

이 같은 수사팀의 움직임은 대우조선이 해외 사업 거점에서 비자금을 만들고 대규모 회계조작을 벌인 단서가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대우조선의 루마니아 현지 법인인 망갈리아 조선소는 고재호 전 사장의 재임 기간인 2012∼2014년 수천억원대 분식회계를 벌인 단서가 확보됐다.

검찰은 이 기간 대우조선에서 자기자본 기준으로 5조4천억원대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분식 규모를 영업이익 기준이 아닌 자기자본 기준으로 매긴 것은 망갈리아 조선소를 비롯한 해외 자회사에서도 대규모 회계부정이 빚어졌다는 수사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조치로 전해졌다.

해외 자회사를 통해 숨기려 한 '영업 외 손실분'까지 적발하겠다는 것이다.

비자금 조성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남상태 전 사장이 영국 런던과 노르웨이 오슬로 지사에서 조성된 50만 달러 상당의 비자금을 자신의 싱가포르 비밀계좌로 송금하게 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검찰은 회계조작과 비자금 조성이 다른 해외 법인이나 지사에서도 은밀히 진행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료 확보에 나섰다.

해외 법인장 등 관련자 소환도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비리·부실 의혹이 제기된 해외 거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2004년 이후 11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망갈리아 조선소와 대규모 배임 및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 오만 법인이 우선 지목된다.

대우조선 오만 법인은 남 전 사장의 지시에 따라 2010∼2011년 현지에서 선상호텔 사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남 전 사장의 최측근인 건축가 이창하씨의 업체 디에스온에 수의계약 형태로 인테리어 사업을 발주했다.

이를 통해 디에스온 측으로 불필요한 수백억원대 이득액이 흘러가면서 회사에 손실을 끼쳤고, 일부 이득액은 비자금이 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이번 주에 이씨를 소환해 관련 내용을 추궁할 방침이다.

대우조선이 2009년 인수한 풍력발전회사 드윈드 역시 차입금 보증채무로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회사다.

수사팀은 싱가포르 등지에 대우조선이 운영한 페이퍼컴퍼니 실태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대우조선 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 해외 자금거래에서 비리 단서를 찾아내기 위해 면밀한 준비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사장이 싱가포르에 개설한 비밀계좌를 적발한 점이나 친구 정모씨가 운영한 협력업체의 해외 주주사 지분을 차명 보유한 사실이 밝혀진 것도 수사팀이 해외 자본거래를 꾸준히 추적한 데 따른 성과로 분석된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전성훈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