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오문철 진술 신빙성 입증 안 돼"…박지원 "검찰과의 긴 악연 끊내고 싶어"

저축은행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국민의당 박지원원내대표가 24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2년 9월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저축은행 비리합동수사단의 수사로 재판에 넘겨진 지 약 4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4부(최재형 부장판사)는 이날 박 원내대표의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한 이전 2심 결과와 달리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공소사실의 쟁점은 피고인과 오문철 전 보해상호저축은행 대표 사이에 금품 제공과 수수가 있었느냐는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돈을 줬다는 오 전 대표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돈을 줬다는 오 전 대표의 진술이 일관되긴 하지만 피고인과의 면담 상황, 피고인이 다른 사람으로 부터의 금품 제공을 거절한 점 등을 종합하면 오 전 대표 진술의 합리성과 객관성에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더구나 오 전 대표가 2011년 3월경 알선수재 명목으로 피고인에게 3천만원을 준 부분 대한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정면 배치되는 점이 드러났다"며 "그보다 9개월 전에 있었던 이 사건 진술이 더 정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한모(경찰관)씨가 오 전 대표와 피고인의 면담을 주선하고 그 자리에 참석했는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그런 사실만으로 오 전 대표 진술의 신빙성이 객관적으로 뒷받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 전 대표를 만나는 자리에 당시 전남경찰청 소속 한모 과장이 동석해 금품을 수수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판결은 올해 2월 대법원이 박 원내대표에 대해 전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데 따른 것이다.

앞서 2심은 1심의 전부 무죄 판결을 깨고 오 전 대표에게서 3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오 전 대표의 진술 자체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오 전 대표의 진술만을 내세워 함부로 쟁점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박 원내대표가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선거자금 명목으로 2천만원을 받은 혐의,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과 오 전 대표에게서 금융위원장 청탁 대가로 3천만원을 받은 혐의는 원심처럼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박 원내대표는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현명한 판단을 해준 사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무리하게 조작을 해서 정치인의 생명을 끊어버리려고 하는 것은 오늘로써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며 "저와 검찰의 길고 긴 끈질긴 악연도 이제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