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지시 없었다"며 분식회계 '윗선' 부인

수조원대 분식회계에 깊이 관여한 혐의를 받는 대우조선해양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씨가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22일 귀가했다.

전날 오전 10시께 검찰에 출석한 김씨는 21시간이 넘도록 조사를 받고 이날 오전 7시20분께 귀가했다.

조서 열람만 5시간 가까이 할 정도로 조사 내용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취재진을 만나 고재호 전 사장의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에도 분식회계 관련 질문이 이어졌지만 김씨는 "검찰에서 아는대로 말씀드렸다"고만 답한 채 검찰청사를 빠져 나갔다.

검찰은 상장사의 분식회계 처벌 관련 법규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김씨에게 적용해 피의자로 입건했다.

대우조선 고위 관계자가 입건된 것은 검찰이 이달 7일 대우조선 본사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를 본격화한 후 처음이다.

김씨는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고재호 전 사장 재임시기인 2012∼2015년 3년간 CFO를 맡았다.

특히 김씨 재임 기간인 2013∼2014년 대규모 분식회계가 이뤄진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분식회계 의혹이 해양플랜트 사업의 변동성 등 사업의 불확실성 때문에 빚어진 회계처리상의 착오였지 고의로 저지른 게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해양플랜트 건조 사업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대우조선이 수주한 주요 프로젝트에서 발생하지 않은 매출을 반영하는 등 회계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은 15일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우조선이 2013년∼2014년 영업이익 기준으로 1조5천342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대우조선이 수주한 40여건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사업과 관련된 분식회계 규모만 반영돼 있다.

검찰은 2006년 이후 최근까지 대우조선이 수주한 해양플랜트 사업은 물론 LNG선을 비롯한 선박 사업까지 합쳐 500여건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에서 적발한 규모보다 수조원 더 큰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주 안에 김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분식회계를 지시한 의혹을 받는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등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이보배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