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여성 몸매 보정속옷, 당신의 변비 부른다
야근과 회식이 잦은 회사원 이민호 씨(29)는 요즘 변비 때문에 고민이다. 지인들은 하루에 한 번은 화장실에 간다는데 그는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뒤에나 장에서 신호가 온다. 변비에 좋다는 유산균도 챙겨 먹어 봤지만 효과가 없어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의 변비 원인은 아침, 저녁으로 즐긴 ‘5분의 늦잠’과 ‘치맥’이었다.

올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4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은 아침을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남녀의 아침 식사 결식률은 각각 45.1%, 36.4%로 매우 높았다. 채소와 과일을 하루 500g 이상 먹는 사람은 38.3%에 불과했지만 성인의 주당 커피 섭취 빈도는 11.99회로 하루 평균 1.7잔을 마셨다.

현대인의 불균형한 식습관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름철 변비를 부르는 잘못된 생활습관과 항문건강을 위해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을 알아봤다.

◆아침 거르고 늦잠, 변비 원인

배변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아침잠에서 깬 뒤와 아침 식사를 한 뒤다. 아침 식사를 하면 위와 결장의 반사 작용으로 대장운동이 촉진돼 대변신호를 보내는 직장이 자극을 받는다. 하지만 대다수 현대인은 야근과 학업 스트레스, 피로 누적으로 인한 수면 부족 등을 이유로 아침 식사를 거르고 5분의 잠을 택하는 일이 많다.

오전 배변의 황금 시간대를 놓치면 나쁜 배변 습관이 생길 수 있다. 회사나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마려움을 느껴도 억지로 참기 때문에 변비로 이어지기 쉽다. 반복적으로 화장실에 갈 타이밍을 놓치거나 배변을 참는 횟수가 많아지면 직장 신경의 감각 기능이 둔해진다. 항문 괄약근이 제대로 이완되지 않는 직장형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민상진 메디힐병원장은 “변비 예방을 위해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건상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어렵다면 공복에 차가운 물이나 우유 한 잔을 마셔 대장 운동을 돕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비가 지속되면 변이 딱딱해져 배변시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로 진행될 수 있다”며 “대변을 보고 싶으면 참지 말고 바로 화장실에 가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배변하는 습관을 길러 최대한 3분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커피도 나쁜 영향

성인의 장이 적절한 기능을 하려면 하루 1.5~2L의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수분 보충을 위해 물 대신 커피나 탄산음료를 마시면 이뇨 작용이 활발해져 오히려 몸에 있는 수분까지 배출된다. 몸속 수분이 부족하면 대변에 든 수분이 장 속으로 흡수되면서 변이 딱딱하게 말라 변비가 생긴다. 변비에 걸리면 배변 시 힘을 과도하게 주게 되고 딱딱한 변이 직장과 항문을 통과하면서 항문에 지속적으로 상처를 내 치열이 생길 수 있다.

여성들은 옷차림이 얇은 여름에 몸매 보정을 위해 착용하는 속옷도 변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보정 속옷은 배변 활동을 조절하는 부교감 신경 활동을 억제한다. 소화액이 적게 분비돼 음식물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배변량이 자연스레 줄어 급성 변비로 진행될 수 있다.

변비가 있을 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배변하기 쉬운 부드러운 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커피나 주스보다 물을 틈틈이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식사한 뒤 차가운 물을 갑자기 많이 마시면 배앓이를 하거나 설사가 생길 수 있다.

◆치맥도 치질의 원인

‘치맥’으로 불리는 치킨과 맥주의 조합도 항문 건강에는 좋지 않다. 특히 치질이 생길 위험이 크다. 치질은 정맥 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혈관이 확장되고 혈관벽이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나타난다. 차가운 맥주를 마시면 항문 혈관이 팽창된다. 이때 피부나 항문 점막이 부풀어 올라 치질 증상이 쉽게 악화될 수 있다.

맥주와 함께 섭취하는 기름진 치킨은 변비와 설사를 일으키고 항문을 자극해 치질 질환이 쉽게 생긴다. 일반적으로 항문 질환의 원인을 변비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설사도 치질의 원인이 된다. 설사에 포함된 분해되지 않은 소화액이 항문과 항문 점막을 손상시켜 치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민 원장은 “치킨과 맥주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인다”며 “뇌출혈 대사증후군 협심증 등 심각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