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방정부 갈등 골 깊어지는 형국

서울시가 보건복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달 말 예정대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의 대상자 모집 공고를 내는 등 사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복지부가 청년수당안에 합의했다가 번복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동의한 적 없으며 일방적 사업 추진을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2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까지 진행된 복지부와의 청년활동지원사업 관련 협의 과정을 설명하고 "복지부의 합의 번복은 외부개입에 의한 것이라는 강한 의혹이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외부 세력을 청와대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그렇게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먼저 청년활동지원사업에 대해 정치적 논란이 일고 정부의 반대가 있어 올해 1월과 3월 대승적인 차원에서 복지부에 협의를 요청, 3개월여간 진지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시는 복지부와 쟁점에 대해 공식적·비공식적 협의를 진행했고, 지난달 복지부가 요구한 몇 가지 보완사항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통해 수정합의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시는 이달 14일 복지부 해당 부서에서 유선을 통해 수정합의안에 따라 '수용 동의' 형태로 공문이 시행될 것이라고 통보해왔고, 이 자리에서 보도자료를 내는 방식과 공동평가 방안 등 구체적 마무리 절차까지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중앙정부와 갈등이 있었지만, 합의 정신을 살려 복지부와 공동 보도자료 발표에도 흔쾌히 동의했다"며 "애초 늦어도 지난주 안에는 모든 일정을 마치는 걸로 합의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는 이달 15일 일부 언론에 이런 내용이 보도된 뒤 복지부 태도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급박하게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당일 오후 브리핑과 해명자료를 통해 '수용'에서 '재검토'로, '마지막에는 '불수용'으로 번복됐다며 복지부를 비판했다.

시는 이어 "복지부 상황은 더 이상 자체 판단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다"라며 '서울시는 복지부와의 수정합의안을 최종안으로 삼고 구두합의를 근거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달 말 대상자 모집을 위한 정식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장기 미취업 청년 등에게 6개월간 월 50만원씩 지급하는 사업 성격상 늦어도 7월에는 수당이 지급되도록 추진해야 한다며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부에는 당초 협의대로 공동평가를 제안했다.

전효관 혁신기획관은 "우리 입장에서는 복지부와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쳤고, 구두합의에 대한 통보가 있었다"며 "사업 추진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 는 "최근 상황을 볼 때 정부는 사회보장기본법상의 협의 제도 자체를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있고,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 또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합의 번복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요구한다"고 날을 세웠다.

서 울시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복지부는 "그동안 서울시의 수정안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하면서 서울시와 실무적인 협의를 해왔으나 사업시행에 합의하거나 동의한 적 없다"며 "실무 검토 과정의 일부를 서울시가 수용 합의로 예단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합의 번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유감이다"며 "복지부의 검토과정에서 외부의 개입이나 압력이 있었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복 지부는 서울시의 강행 방침에 대해서는 "서울시의 수정안은 급여항목, 성과지표 등이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아 현재 상태로는 사업 시행에 어렵다고 판단돼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미흡한 부분에 대한 시정 없이 사업을 강행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김동규 기자 bkkim@yna.co.kr,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