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비정규직 대책 위해 2011년 메트로에 민간 위탁 보류 요청
양 기관 회의까지 했으나 갑질 조항 유지…전적자 되레 100여명 증가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안전사고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 문제 해결 기회를 5년전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2011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지하철 4개 분야 민간위탁 입찰 공고를 보류토록 하고 회의까지 열었지만, 결국 메피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입찰 보류 후 수개월 뒤 다시 진행된 민간위탁 사업에서 서울메트로 출신자들을 위한 '갑질' 조항이 그대로 유지된 탓이다.

전적자 수가 오히려 크게 늘어나 안전사고 불씨를 더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19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2011년 12월 서울메트로의 '조건부 민간위탁 재추진 계획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그해 11월 서울메트로 사장 앞으로 공문을 보냈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 기본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이 가시화될 때까지 조건부 민간위탁 재계약자 선정을 미뤄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메트로는 ▲ 역 및 유실물센터 ▲ 구내운전 ▲ 전동차 경정비 ▲ 모터카·철도장비 등 4개 분야에 대해 냈던 입찰 공고를 보류했다.

이들 분야는 2008년 민간 위탁돼 전체 인원 383명 가운데 39.7%에 해당하는 152명이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로 채워졌다.

계약 기간이 다 돼 재계약이 추진되던 중, 서울시가 '제동'을 건 것이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그해 12월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로 회의까지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는 "60세 이하 (자체 채용) 인력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서울메트로는 "이에 해당하는 98명의 고용 승계 등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시가 서울메트로 출신이 아닌 자체 채용 인력의 고용이 불안하고 처우가 열악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 이듬해 다시 공고돼 계약이 이뤄진 내용을 보면 이들 분야의 민간위탁은 그대로 다시 이뤄졌고 '메피아' 문제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메트로에서 102명을 추가로 데려오기로 해 전적자 비율은 2008년 39.7%에서 65%로 '껑충' 뛰도록 설계됐다.

서울메트로가 연장계약 시 직원 추가 전적을 추진하면서 업무에 따라 많게는 50% 이상(역무·구내운전), 혹은 30% 이상(전동차 경정비·모터카 및 철도장비 운영)을 자사 출신으로 채우게 했기 때문이다.

역과 유실물센터 업무를 다시 맡은 파인서브웨이라는 업체는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를 기존 45명에서 11명 늘렸다.

하지만 자체 채용 인원은 20명에서 9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재계약 제안요청서에는 "서울메트로 전적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고, 전적 직원을 우선 배치해야 하며, 부족시 자체 '계약직' 직원을 임시 배치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또 용역 특수조건 17조에서는 "서울메트로와 무관한 용역사 내부의 경영·노사문제 등으로 종업원이 서울메트로를 상대로 한 항의나 집단농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무관리를 해야 한다"며 "시설점거 등 불법행위 발생 시 용역 업체에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쟁의행위를 원천 봉쇄하는 '갑질' 조항을 뒀다.

구내운전 업무는 미래철도운영에서 성보세이프티라는 곳으로 업체가 바뀌었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 역시 기존 전적자 39명에서 24명을 늘리면서 "확정된 전적자를 직접 인력으로 배치하고 부족시 자체 계약직 직원을 충원하라"고 지시했다.

지하철 민간위탁을 수개월 보류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꼼꼼히 따져봤다면 '메피아' 문제와 그로 인한 강남역·구의역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15일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들 분야를 포함한 7개 분야를 직영으로 전환하고, 그 과정에서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를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메트로 안전에 대해 그동안 여러 지적이 있었지만, 이를 놓친 것은 내 불찰"이라며 "효율에만 의존하며 인간을 희생해도 좋다는 이 생각에 맞서서 모든 것을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서영진 의원(더불어민주당·노원1)은 "시는 그동안 비정규직 자체 채용 인력의 열악한 처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만큼, 늦었지만 확실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