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치러진 농협중앙회장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김병원(63) 현 농협중앙회장을 정조준하며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서자 농협 내부에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뜩이나 농협법 개정안,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물 소비 위축 우려 등으로 농협 안팎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가 현직 회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17일 농협과 검찰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오전 김 회장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선거운동 관련 서류와 선거캠프 일지, 개인 다이어리, 컴퓨터 파일 자료 등을 확보했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치러진 올해 1월 불법선거운동 문자메시지 전송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1차 투표에서 3위로 밀려 결선에 오르지 못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최덕규(66·구속) 후보가 결선투표 직전 대의원 107명에게 당시 전남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이던 김병원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여기에 김 회장 역시 가담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선거는 개인 후보 자격으로 나가는 것이라서 선거 수사 대응과 관련해서는 우리(농협)도 직접 개입을 못 한다"며 "김병원 회장이 농협 사내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대응해왔는데, 갑작스런 압수수색에 당황스럽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어 "본사 압수수색은 회장 사무실만 했다"며 "농협의 공식 입장이라고 할 것도 없고, 일단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농협 관계자도 "농협법 개정안을 놓고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도 나오는 등 어수선한데 이런 일까지 겹쳐 난감하다"며 "일단은 차분하게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