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갚아 5년만에 150억 날려…일본 법인 차입금 용처 의문
신동빈 회장 최측근이 감사로 장기 재직…부실 감사 의혹

롯데그룹의 전자상거래 계열사 롯데닷컴이 일본의 부실 자회사에 채무지급보증을 섰다가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 자회사는 폐업 전까지 5년간 모회사의 채무보증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거액을 차입해 '자본 이전' 논란과 함께 회사 실체와 역할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16일 검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롯데닷컴은 일본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공략하고자 2010년 6월 롯데닷컴재팬을 설립했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유명 브랜드 화장품을 판매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의 절대 강자인 라쿠텐, 아마존 재팬 등에 가로막혀 고전했다.

롯데닷컴재팬은 설립 첫 해 18억5천만원 적자를 비롯해 매년 12억∼88억여원의 손실을 봤다.

누적 손실액은 235억원이 넘었다.

반면에 연 매출액은 50억원 안팎에 머무르며 사실상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견실히 성장하던 롯데닷컴은 일본 자회사의 부진으로 인해 수익성이 곤두박질치며 2014년 연결회계 기준으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와중에도 롯데닷컴은 일본법인에 꾸준히 채무지급보증을 섰다.

롯데닷컴재팬은 그룹 제2금융 계열사인 롯데캐피탈과 신한·우리·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 총 170여억원을 빌렸다.

롯데닷컴의 채무보증을 통해 이뤄진 대출이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사실상 자본잠식에 빠진 2013년 이후에도 차입은 계속됐다.

결국 롯데닷컴재팬은 손실 누적을 견디지 못해 작년 1월 폐업했다.

차입액 중 10억원을 약간 넘는금액만 자체 변제했고 나머지는 롯데닷컴이 떠안았다.

롯데닷컴은 초기 자본금 62억원과 보증채무 대위변제 153억원 등 총 215억여원의 손실을 봤다.

채무보증과 관련한 내부 의사결정 과정도 부실투성이다.

롯데닷컴의 재무와 경영 활동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감사는 채무보증을 결정한 5∼6차례 이사회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롯데닷컴재팬이 자기자본의 3배 가까운 돈을 빌릴 때 채무보증의 적절성 등 재무 감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당시 감사는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 인물이다.

2000년 롯데닷컴 설립을 주도했다.

신 회장은 설립 당시 초대 대표를 맡으며 해당 인사를 감사 자리에 앉혔다.

그는 현재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신 회장이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근거리에서 보필해왔다.

롯데그룹 컨트롤타워격인 정책본부 핵심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 규명에서 '키맨'으로도 꼽힌다.

롯데닷컴재팬이 차입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는 전혀 확인된 게 없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4일 롯데닷컴 압수수색 당시 일본 자회사의 재무 관련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닷컴재팬 설립과 운영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차입금 일부가 일본롯데나 신 회장 일가 쪽으로 흘러들어가 비자금화됐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롯데닷컴은 "당시 일본의 조달금리 수준이 한국보다 낮아 유상증자나 추가적인 자금 지원보다는 현지 차입을 통해 조달하는 게 경영상 합리적 판단이었다"며 "이는 경영진과 실무진이 다각도로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롯데 계열사들이 정책본부 주도로 비상장 계열사들 주식을 매매하면서 오너 일가가 사실상 지배하는 개인회사나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2009∼2010년 그룹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가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물산 주식을 사들이면서 시세보다 2배가량 비싼 값으로 이득을 안긴 의혹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이 스위스 페이퍼컴퍼니 '로베스트'를 통해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이를 비싸게 계열사에 떠넘긴 의혹, 롯데건설·롯데정보통신·롯데칠성음료 등이 롯데상사 주식을 시세보다 헐값에 롯데쇼핑에 넘겨 수익을 챙겨준 의혹 등도 확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