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 원인은 암흑물질"
노벨상 후보로 손꼽히는 리사 랜들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사진)는 얼마 전 도발적인 학설을 내놨다. 6600만년 전 공룡의 대멸종을 가져온 소행성 충돌 배경에 암흑물질이 있다는 내용이다. 국내외 신진 물리학자의 모임인 ‘새로운물리한국연구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랜들 교수는 14일 저녁 서울 안암동 고려대 LG포스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암흑물질과 공룡 멸종을 연결한 최신 연구의 탄생 배경을 소개했다. 랜들 교수는 “암흑물질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이미 오래전부터 우주와 지구의 생물을 서로 연결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랜들 교수는 2001년 여성 이론물리학자로는 하버드대 역사상 처음으로 종신 교수직을 받았다. 미국 뉴스위크와 타임지도 그를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계 인물로 꼽기도 했다.

우주의 26%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은 1933년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80년 넘게 찾지 못한 신비로운 물질로 남아 있다. 랜들 교수는 “암흑물질은 난해한 현대물리 이론도, 생각만큼 신비로운 물질도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 몸을 통과해 지나가고 있지만 인간의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입자물리학과 천문학, 지질학, 고생물학을 과감히 접목했다. 랜들 교수에 따르면 별과 가스가 원반 형태로 모여 있는 우리 은하 주변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들 암흑물질이 원반 형태로 모여 있다. 랜들 교수는 지구가 공전하는 것처럼 우리 태양계도 은하 중심 주변을 위아래로 오가며 공전하는 과정에서 3000만~3500만년 주기로 암흑물질 원반과 부딪히는 사건이 일어난다고 봤다. 그리고 이때 발생한 보이지 않는 힘이 태양계 최외곽에 불안하게 떠 있던 소행성을 자극해 지구로 향하게 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랜들 교수는 “아직은 검증이 필요한 가설이지만 각국 과학자의 암흑물질 후보를 찾는 연구가 진전되면서 수년 내 입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랜들 교수는 이번에 쓴 《암흑물질과 공룡》 외에 《숨겨진 우주》 등 여러 권의 대중서적을 내며 유명 작가 반열에도 올랐다.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호평에 대해 “여성 과학자가 아니라 연구성과만으로 평가받는 한 명의 이론물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