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3만명에 분만 산부인과 2곳뿐' 아이 낳기 힘든 도시

지난해 전국 출산율 1위를 기록한 세종시에 정작 산부인과 병원이 부족해 임신부들이 다른 지역으로 '원정출산'을 다니고 있다.

15일 건강관리심사평가원과 세종시에 따르면 인구 23만명을 넘어선 세종시에 산부인과 병원은 4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곳은 진료만 하고 분만시설을 갖춘 산부인과는 2곳밖에 없다.

젊은 층이 집중된 세종시 신도심의 임신 가능 여성인구는 3만4천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는 입원실이 20개인 병원 1곳이 유일하다.

자리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신도심에서 산부인과 진료만 하는 다른 병원 1곳은 세종시 인접지인 대전 유성에 조리원이 딸린 병원을 따로 지어서 운영한다.

이 때문에 세종시 임신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전으로 원정출산을 다녀야 한다.

지난해 세종시에서는 2천684명의 아기 출생신고가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824명만이 세종시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태어났다.

70%에 육박하는 나머지 1천860명은 세종시가 아닌 인근 대전, 공주 등지 산부인과에서 낳았다.

올해도 출산을 앞둔 임신부 1천83명(4월 기준) 중 70%가 멀리 타 지역 산부인과를 이용해야만 한다.

중앙행정기관 이전과 함께 공무원들이 대거 이주한 세종시 신도심은 평균 연령이 38세에 불과할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꼽힌다.

자연히 출산 가능 연령대가 두터워졌고, 지난해는 출산율 1.90명을 기록해 울산을 제치고 전국 1위에 올랐다.

그러나 한해 1천명이 넘는 임신부들이 다른 지역으로 원정출산을 다니고 있다.

취임 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강조해온 이춘희 세종시장으로서는 뼈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외부에서 인구를 유입하는 데 열을 올렸지만 정작 시민이 필요로 하는 기반시설 확충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산부인과 추가 개원 소식이 들리지 않아 세종시 임신부들의 원정출산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한 관계자는 "세종시의 높은 임대료 때문에 쉽게 입원·분만실이 있는 산부인과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산부인과가 부족하다 보니 세종과 가까운 대전, 공주, 청주에 있는 산부인과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young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