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사·채권단과 3자 대화 요구…84% 압도적 찬성
채권단 "대우조선과 계속 협의…파업하면 1조원 지원 중단"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곧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라며 회사·채권단과 3자 협의체계 구성을 요구, 대화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대우조선 노조는 14일 낸 보도자료에서 "지난 8일 일방적으로 자구계획을 발표한 회사와 채권단에 맞서 13일과 14일 이틀간 실시한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 및 총고용 보장을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개표 결과 85.0%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시켰다"고 밝혔다.

파업 찬반투표에는 전체 노조원 6천980명 가운데 87.8%인 6천127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중 85.0%인 5천207명이 파업에 찬성한 것이다.

노조는 "쟁의행위가 가결됐다고 해서 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회사와 채권단이 노조가 제안한 3자 협의체계를 구성한다면 파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압도적 파업 찬성에 대해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는 노조원 입장에서도 회사와 채권단이 발표한 자구계획이 오히려 정상화에 독이 되고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어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의 의사가 확인된 만큼 회사와 채권단이 마련한 자구계획을 저지하고 구성원들 총고용 보장을 위한 총력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진정 회사나 채권단이 대우조선 정상화를 바란다면 하루빨리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빠른 시일내 답변을 줄 것을 요청했다.

노조는 먼저 특수선 분할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항의서한을 갖고 16일 서울 산업은행 본사로 가서 '상경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노조는 "대우조선 노조가 파업을 한다면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채권단 입장 표명에 대해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 지원은 정치권이 관여했든 채권단이 주도했든 대우조선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수십만명의 국민을 위한 조치였지 노조 동의서 제출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며 "노조 파업여부에 따라 수십만의 국민을 죽일 수도 있다는 논리는 국민을 위한 정부가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바람직한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하루빨리 지원할 것을 지원하고 개선할 것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와 과도한 개입, 채권단의 관리감독 소홀, 일부 경영진들의 부실경영으로 망쳐놓은 대우조선을 마치 노조가 망하게 만드는 것처럼 호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채권단은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지 않도록 회사와 계속 협의하겠다"면서도 "파업이 발생하면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권단은 지난해 10월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조로부터 쟁의행위를 일절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은 바 있다.

만약 노조가 실제로 파업을 한다면 채권단의 지원 조건이 깨지게 돼 채권단은 애초 지원하기로 한 금액 중 집행되지 않은 1조원을 지원하지 않을 방침이다.

채권단의 지원이 중단되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거제연합뉴스) 이경욱 고동욱 기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