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대대적 검찰 수사의 여파로 수조원대의 해외 면세점과 호텔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미국 석유회사 액시올(Axiall) 인수 무산에 이어 대형 인수·합병(M&A) 작업이 잇따라 불발되면서 검찰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 불과 나흘만에 롯데그룹이 사실상 멈춰섰다.

◇ 1조7천억 면세점 인수 불발

호텔롯데는 최근까지 1조7천억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 협상을 벌였으나 사정당국의 수사와 그에 따른 호텔롯데 상장 불발 이후 실무 작업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 M&A가 성사됐다면 롯데면세점은 목표였던 '세계 1위'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4년 기준(무디리포트 집계) 듀프리(스위스·48억5천만 유로)·DFS그룹(미국·37억5천만 유로)에 이어 세계 3위 면세점(33억4천600만 유로)인데, 1위와의 규모 차이가 약 2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면세점뿐 아니라 호텔롯데는 각각 프랑스와 미국 유명 호텔 M&A를 추진해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르렀지만, 이 역시 비자금 수사와 증시 상장 무산 이후 포기했다.

최종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인데다, 상장 포기로 인수 재원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도 중단

물류와 화학사업에서도 차질이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10일 롯데제과가 현대로지스틱스 주식 82만6천6주(4.52%)를 319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롯데제과를 포함한 8개 롯데 계열사는 본격적으로 물류회사 현대로지스틱 인수에 나섰다.

순차적으로 롯데 계열사들이 콜옵션 행사를 통해 현재 특수목적법인(SPC) '이지스일호'가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모두 사들일 계획이었으나, 대부분 계열사들이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에서 현재 주식 인수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미국 석유화학회사 액시올(Axiall) 인수를 통한 '세계 10위권 화학회사 도약' 전략이 무산된 것도 뼈아픈 부분이다.

롯데그룹 본사와 주요 계열사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10일 오후 늦게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 인수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7일 "연간 매출이 4조원에 이르는 액시올사 인수로 매출 규모를 21조원 이상으로 키워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함께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지 불과 사흘만의 일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철회를 결정한 뒤 매우 크게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당시 한·일 롯데그룹의 '원 리더(총수)'로서 자리를 굳혀가던 신 회장은 화학을 유통·서비스와 함께 그룹의 3대 축으로 키우는 방향으로 그룹 운영 전략을 짜고, 직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인수를 제안해 성사시킨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화학을 그룹 핵심 사업군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으나 예기치 않은 액시올 인수 실패로 큰 도약의 기회를 놓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6월 말∼7월 초로 예정됐던 롯데물산의 1천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계획도 철회됐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물산 주식의 30% 이상을 호텔이 갖고 있어 호텔이 상장됐을 때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호텔 상장이 무산되면서 회사채 발행도 자연스럽게 철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텔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 만큼 앞으로 회사채 발행 계획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도연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