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이나 호적·가족관계등록 등 공식적인 신분 없이 살아온 93세 할머니가 자신의 신분을 갖게 됐다. 12일 법원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주지법 허윤범 판사는 김모 할머니(93)가 낸 가족관계등록(옛 호적) 창설 신청 사건에서 신청을 허가했다.

1923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3살 때 부친이 사망하고 모친은 재가했다. 김 할머니는 부모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호적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결혼한 뒤에도 혼인신고를 못 하다가 남편마저 일찍 사망해 신분없이 살아왔다. 이를 알게 된 이웃주민들은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은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에 성(姓)·본(本) 창설(성씨와 본관을 부여받는 것) 신청을 내 ‘한양 김씨’라는 새로운 성과 본을 만들어도 된다는 허가를 받고 김 할머니를 한양 김씨 성을 가진 첫 번째 사람으로 지정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