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기계공학과 학생들이 ‘마이크로 제조 및 멀티스케일 시뮬레이션 연구실’에서 장비를 활용해 실험하고 있다. 포스텍은 ‘교육의 질’이 가장 높은 이공계 대학으로 조사됐다. 포스텍 제공
포스텍 기계공학과 학생들이 ‘마이크로 제조 및 멀티스케일 시뮬레이션 연구실’에서 장비를 활용해 실험하고 있다. 포스텍은 ‘교육의 질’이 가장 높은 이공계 대학으로 조사됐다. 포스텍 제공
김영환 홍익대 총장은 대학 총장 모임에 갈 때마다 입구에서 제지를 당하곤 한다.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 모임 장소에서 종종 “어디서 오셨습니까”라는 직원들의 물음을 듣는다. 김 총장이 타고 다니는 총장 업무용 차량 때문이다. 다른 대학 총장들은 에쿠스 같은 국내 최고급 승용차를 타는 반면 김 총장은 준중형급인 기아 포르테를 탄다. 홍익대는 대학가에서 ‘짠돌이 경영’으로 유명하다. 처장급 교수는 물론 대외 업무가 많은 부총장에게도 업무추진용 법인카드를 주지 않는다. 윗선부터 솔선수범해 불필요한 낭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악착같이 아낀 돈은 고스란히 학생 복지에 쏟는다.

홍익대는 2011년 2학기부터 자체적으로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반값등록금을 적용하고 있다. 학기마다 소득분위가 가장 낮은 학생부터 순서대로 2220명에게 등록금 반액을 감면해주고 있다. 정부가 2012년 도입한 ‘반값등록금’과 중복 수혜가 가능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은 거의 공짜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특성화대학 추격하는 홍익대

[2016 이공계 대학 평가] 홍익대, 등록금 중 27% 장학금 지급…1인당 234만원 '사립대 1위'
한국경제신문이 전문조사업체인 글로벌리서치와 공동으로 조사한 ‘2016 이공계 대학 평가’에서 홍익대는 ‘교육의 질’을 구성하는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률’에서 27.5%로 사립종합대학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평가 대상인 50개 대학 중에선 5위다. 파격적인 장학 혜택이 있는 이공계 특성화대학인 광주과학기술원 UNIST KAIST와 포스텍이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이들 대학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일반 사립종합대학인 홍익대의 장학금 지급 실적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률이 교육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이공계에서 특히 크다. 이공계 대학은 실험·실습이 많아 등록금이 다른 단과대학에 비해 비싸기 때문이다. 홍익대 관계자는 “장학금은 의지의 문제”라며 “이면영 홍익대 이사장과 김 총장 등 학교 경영진이 예산을 아낄 수 있는 데까지 아껴서 학생들에게 돌려주자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익대는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1인당 교내외 장학금 액수가 234만1200원(2014년 기준)으로 재적학생 1만명 이상인 전국 4년제 일반대 97곳 중 가장 많다. 2위인 성균관대(225만3900원)보다 10만원 가까이 많다.

이공계 두뇌 ‘SKY’보다 많은 한동대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알려진 한동대는 이번 조사에서도 강소대학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정부가 우수한 이공계 인재에게 지원하는 ‘이공계 국가우수장학금’ 수혜율이 1.71%로 사립 종합대학 중 가장 높았다. 국공립대와 특성화대 등을 포함한 50개 대학에선 5위를 차지했다. 한동대를 앞선 대학은 광주과기원(1위) 포스텍(2위) UNIST(3위) KAIST(4위)뿐이다. 전통적인 명문대로 꼽히는 서울대(8위) 고려대(9위) 연세대(10위) 등 ‘SKY’ 대학보다도 위다.

이공계 국가우수장학금은 자연과학이나 공학계열 신입생 중 고교시절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수시우수자)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우수한 학생(수능우수자), 대학 입학 후 2년간 학업 성적이 출중한 학생 등을 선발해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제도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한국장학재단과 함께 운영한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한동대는 재학생 수가 4400여명 수준인 작은 대학이지만 이공계 국가우수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성적 기준을 충족하는 우수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방대 활성화를 위해 선발인원의 70%를 서울·경기·인천 외 비수도권 지역에서 뽑는 것도 한동대가 선전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동대 관계자는 “한동대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1995년 경북 포항에 개교한 미션스쿨”이라며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을 냈지만 신앙에 따라 한동대를 선택한 우수한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교육의 질’ 부문을 구성하는 전체 지표를 합산한 순위에서는 이공계 인재 양성에 주력하는 특성화대학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공계 영재들을 모아 소수정예 교육을 하는 포스텍이 1위를 거머쥐었다. 포스텍은 교수당 학생 수, 학생 1인당 장학금, 교수확보율, 중도포기율(낮은 순) 등 4개 항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포스텍 관계자는 “교수 대 학부학생 비율이 1 대 5.3으로 선진국 수준에 가깝고 학생 1인당 연간 교육투자비가 7870만원으로 등록금의 14배에 달하는 등 교육의 질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