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메신저 '바로톡' 도입 1년6개월 됐지만…정부 기밀이 카톡방에 '둥둥'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보안 자료와 고위 공무원들의 기밀 대화내용이 카카오톡(카톡) 등 민간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서 떠다니고 있다. 대부분 공무원이 ‘카톡 대화방’을 비롯한 민간 메신저를 업무보고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보안을 강화한 공무원 전용 모바일 메신저 바로톡을 개발한 지 1년6개월이나 지났지만 공무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9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바로톡 사용자는 2만여명에 불과하다. 전체 공무원(약 101만명)의 2% 수준이다. 바로톡은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따라 출장이 잦아진 공무원들이 스마트폰으로 업무 자료를 공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모바일 행정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개발됐다. 카톡 등 민간 메신저를 통한 정보 유출 우려가 커진 점도 반영됐다. 정부의 정보보안기본지침은 공무원이 민간 메신저를 통해 업무자료를 유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2014년 12월 행자부와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에 바로톡을 시범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뒤 지난해 7월부터 46개 모든 중앙행정기관으로 확대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바로톡을 쓰도록 하고 있다. 행자부는 당초 올 상반기까지 최소 20만명의 공무원이 바로톡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용률은 극히 저조하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엔 바로톡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공무원이 많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최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관련, “카카오톡 단체방으로 보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오랫동안 민간 메신저를 쓰다 보니 바로톡 활용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바로톡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만 작동하는 것도 공무원에게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다.

보안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경찰과 군인도 카톡 등 민간 메신저를 활용하는 건 마찬가지다. 행자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민간 메신저를 통한 업무자료 소통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었으나 이런 현실을 고려해 백지화했다. 이용석 행자부 정보기반보호정책과장은 “올 하반기부터 바로톡이 애플 iOS에서도 작동돼 아이폰을 쓰는 공무원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공무원들이 민간 메신저 대신 바로톡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