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건설부동산팀장(앞줄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원·안상훈·강율리·구동균·박성철·김혜라·최진숙·강원일·송한사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제공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건설부동산팀장(앞줄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원·안상훈·강율리·구동균·박성철·김혜라·최진숙·강원일·송한사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제공
2011년 12월, 도시개발사업이 한창이던 경기 김포시 신곡6지구는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법원이 과도한 ‘지분쪼개기’를 위법하다고 판단해 당시 사업주체였던 조합의 설립인가를 무효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조합 설립 무효에 따른 소급 조치로 인해 아파트가 올라가기 직전이던 토지는 단숨에 쓸모없는 지목(地目)인 전, 답, 임야로 바뀌었다. 대출원금만 80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빠졌다.

4년6개월이 흐른 지금, 이 사업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계속 이어져 아파트 5000여가구를 지을 시공사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주택건설 사업계획승인도 받았다. 죽어가던 사업을 살려낸 숨은 주역은 법무법인 지평의 건설부동산팀이었다.

채권단 설득해 회수율 20%→70%로

조합 설립이 무효가 되자 신곡6지구의 주채권은행인 농협은행 등 채권단은 지평 건설부동산팀에 ‘SOS’를 요청했다. 지평 건설부동산팀은 곧바로 조합, 시행사, 채권은행 간 복잡한 권리관계 분석에 들어가고 사업의 계속가치와 청산가치를 계산했다.

사업을 계속한다 해도 ‘속도가 생명’인 대규모 개발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 게다가 당시 한풀 꺾이기 시작한 주택경기는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평 건설부동산팀의 의견은 “사업을 계속해보자”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로는 사업의 청산보다 계속가치가 더 높고, 중간에 걸림돌이 있다 해도 근본적 리스크라기보다는 투자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성격이라고 채권단을 설득했다.

채권단은 지평과 함께 사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결과는 지평의 분석대로였다. 처음 20%에 불과하던 채권단 회수율은 4년여가 흐른 현재 50%를 넘어섰다. 사업이 진행되면서 토지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두 단계를 더 넘기면 회수율은 7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원금이 8000억원이었으니 채권단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1600억원에서 5600억원으로 4000억원 더 늘어나는 셈이다.

사업 재개 위해 노력하는 ‘노량진사업’

노량진지역주택조합사업도 지평 건설부동산팀이 맡아 분쟁을 해결해나가고 있는 사례다. 조합 비리로 인해 조합원 분담금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토지는 조합 대출에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대우건설)로 이전된 사업이다.

대우건설을 대리한 지평 건설부동산팀은 분쟁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신탁돼 있던 땅을 신탁회사에서 새로운 시행사로 직접 넘기도록 사업구조를 짰다. 중간단계를 거치면 조합원 외 제3자들이 가압류에 나서는 등 분쟁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서다. 사업은 시공사와 조합원들의 협상으로 갈등구조가 단순화됐고 협상이 원만하게 끝나면 사업이 계속될 예정이다.

조합원들이 시공사에 분담금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 1심과 2심에서 대우건설이 승소했다. 법적으로는 조합이 채권 금융사에 갚지 못한 돈을 대신 갚은 대우건설이 승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대우건설은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조합원들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헤란 등 해외 진출도 활발

임성택 지평 변호사(건설부동산팀장)는 “건설회사가 땅을 받아 아파트를 지으면 끝나던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발사업이 복잡해졌다”며 “규모가 커지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금융사 대출이 개입하면서 로펌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평 건설부동산팀은 전문가 숫자만 업계에서 가장 많은 45명이다. 조세팀, 공정거래팀 등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도 관련 사안이 있으면 건설부동산부에서 일할 수 있도록 칸막이를 없애고 매트릭스 조직을 꾸린 결과다. 세무당국,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일했던 전문가들이 각각의 사안에 맞게 참여해 전문성 있는 자문을 받고 있다. 팀 내부에는 PF사업 정상화센터, 건설금융분쟁자문팀 등 전문가 집단도 따로 구성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