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무릎·허리야!…'불편한 좌식' 장례식장 언제까지?
3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접객실에 40여명의 문상객이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일부 문상객은 바닥에 앉은 자세가 불편한 듯 연신 자세를 바꾸며 이야기를 나눴다. 옆으로 몸을 돌려 다리를 뻗고 앉은 사람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친구 아버지 빈소를 찾았다는 박모씨(58)는 “집에서도 주로 의자나 소파 등에 앉아서 생활하다 보니 바닥에 장시간 앉아 있는 자세가 불편하다”며 “장례식장에도 의자에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입식 테이블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자 등에 앉는 입식 생활습관이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상당수 대형병원 장례식장은 좌식 접견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반다리를 하거나 무릎을 꿇고 앉아야 하는 좌식 문화는 고령자의 관절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입식 문화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입식문화 확산 필요”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빅5 병원’ 장례식장 중 의자와 식탁을 둔 입식 접견실을 일부라도 운영하는 곳은 삼성서울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두 곳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특실인 17호실 접견실에 입식 식탁을 들여놔 문상객이 좌식과 입식 중 선택할 수 있게 운영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특실 1호실과 2호실 접견실을 입식으로 꾸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접견실은 모두 특실이라 일반실을 찾은 문상객은 좌식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 고령층이 많이 찾는 장례식장 특성상 무릎 허리 등에 수술을 받았거나 통증을 느끼는 문상객이 많다. 좌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도 불편해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병원 관계자는 “입식으로 바꾸면 비용이 들고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적어지지만 문상객이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줄어든다”며 “장례식장 입식 문화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반다리 자세, 무릎 하중 높여

원격 조문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조의금 결제를 위한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등 장례식장도 첨단화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접객실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좌식 테이블에 앉는 자세는 관절 건강에 좋지 않다. 좌식 테이블에 앉을 때 가장 흔한 자세는 양반다리다.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 있으면 무릎 관절을 많이 굽혀 관절 각도가 커진다.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관절 주변 인대와 근육이 긴장해 약해질 수 있다. 고관절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무릎을 꿇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관절이 과도하게 꺾이며 무릎 내부 압력이 높아져 부담이 커진다. 인대와 근육에 압박이 가해지고 혈액순환에도 좋지 않다. 이상운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서 있을 때 척추 추간판 압력이 100이라면 앉아서 허리를 굽힐 때 185 정도”라며 “바닥에 앉는 것보다 의자에 앉는 것이 척추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입식 식당 지원 사업도

이 때문에 식당 등에서도 좌식 테이블을 입식으로 바꾸는 곳이 늘고 있다. 입식으로 바꾸는 식당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많다. 강원 강릉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입식 테이블을 설치하는 음식점에 비용의 50%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과 노약자, 장애인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서다. 전남 곡성군, 화순군과 광주시 등에서도 이 같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대병원, 건양대병원 등은 장례식장을 리모델링하며 입식 접객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정훈 목동힘찬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양반다리, 무릎 꿇고 앉기 등 좌식 문화가 습관화되면 안쪽 무릎 연골이 닳아 생기는 O자형 안짱다리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며 “관절 건강을 위해서라도 입식 좌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