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 등 여성 2명 구속…남편인 부사관은 방조 혐의
'귀신 쫓는다'며 무차별적인 폭행…목에 줄 매 끌기도

강원 접경지역 군부대에 근무하는 부사관의 부인이 '굿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 후임 부사관의 아내를 무차별적으로 감금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무속인인 부사관 부인은 남편 후임 부사관의 아내 목에 줄까지 매 집안에서 끌고 다니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준다.

경찰은 2일 육군 모 부대 부사관 부인인 A(41·여·무속인) 씨와 피부 미용사 B(35·여) 씨 등 2명을 특수 중감금 치상 혐의로 구속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또 이를 방조한 혐의(특수 중감금 치상 방조)를 받는 부사관인 A 씨의 남편 C(45) 씨를 군 헌병대에 넘겨 조사하도록 했다.

접경지역 작은 마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속인인 A 씨는 피해자인 D(31·여) 씨와 평소 언니 동생으로 알고 지내던 사이다.

D 씨의 남편도 부사관이다.

A 씨의 남편과는 같은 사단 예하 부대의 선·후임 사이다.

A 씨는 피부 미용을 배우고 싶어하는 D 씨에게 '200만 원이면 굿도 하고 잘 아는 동생을 통해 피부 미용 기술도 배울 수 있게 해 주겠다'고 권했다.

A 씨의 집 안방에는 신당이 차려져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당장 돈이 없었던 D 씨는 차일피일 확답을 미뤘다.

답답했던 A 씨는 같은 달 22일 오전 9시 20분께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D 씨를 불러들였다.

이 아파트는 군인이 많이 거주한다.

이때부터 A 씨와 피부 미용사 B 씨는 주말을 핑계 삼아 D 씨와 2박 3일간 함께 지내며 집요하게 설득했다.

이들은 D씨가 굿 등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빚어진 손해가 1천200만 원에 이르는 만큼 이를 갚으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D 씨는 이들 말을 듣지 않았다.

급기야 같은 달 24일 오전 1시께 일이 벌어졌다.

A 씨는 밤이 깊어지자 D 씨에게 '귀신이 쓰였다'라며 무속용품 일종인 '오방기' 등으로 D 씨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귀신을 쫓는다'는 이유로 손에 잡히는 대로 D 씨에게 물건도 던졌다.

D 씨의 목에 줄을 매 끌고 다니기까지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른바 '퇴마의식'을 이유로 D 씨에게 자행된 감금 폭행은 같은 날 오후 3시까지 14시간가량 이어졌다.

D 씨의 목에 맨 줄은 같은 날 오후 2시께 산 것으로 확인됐다.

무차별적이고 반인도적인 감금 폭력에 D 씨의 온몸은 멍투성이였다.

폭력을 견디다 못한 D 씨는 친정에서 은행 통장으로 보내 준 50만 원을 주고서야 같은 날 오후 10시께 A 씨의 집에서 나올 수 있었다.

친한 이웃 언니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한 D 씨는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D 씨의 피해 진술과 A 씨 집 엘리베이터 CCTV 등을 통해 감금 폭행을 확인한 경찰은 A 씨와 B 씨를 지난달 23일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A 씨 집 안방에서 이뤄진 감금 폭행을 남편인 부사관이 몰랐을 리 없다고 판단, A 씨의 남편 C 씨와 관련한 사건은 특수 중감금 치상 방조 혐의를 적용해 군 헌병대에 인계했다.

A와 B 씨는 경찰에서 "피해자가 자해한 것"이라며 혐의를 강력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 씨 남편 C 씨도 "주말 내내 낮에는 밭일하고 밤에는 피곤해 잠을 자느라 안방에서 이뤄진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담당 경찰은 "피해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아파트 CCTV 등 증거 자료를 확보한 만큼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며 "피해 내용이 다소 민감하고 충격적인 부분이 있어 신중을 기해 처리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경찰에서 부사관 C 씨 관련 사건을 넘겨받아 조사 중이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