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백복인 KT&G 사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전·현직 KT&G 임직원과 노조 간부, 광고·협력·납품업체 임직원 등 42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민영화로 국가적인 감독 시스템이 사라진 뒤 KT&G가 구조적인 비리의 늪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비리의 늪'에 빠진 KT&G 전·현직 사장 모두 법정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김석우)는 KT&G 비리 수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백복인 사장은 마케팅본부장으로 일할 당시 광고업체 선정 등과 관련한 청탁 대가로 55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가 적용돼 불구속 기소됐다. 민영진 전 사장은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1억7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모 전 KT&G 부사장은 담뱃갑 납품단가 관련 청탁 대가로 6억4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민 전 사장은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전 노조위원장인 전모씨에게 4500만원 상당의 스위스제 ‘파텍 필립’ 시계 한 개를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KT&G 임직원과 노조 간부, 광고업체, 협력·납품업체, 해외 담배수입상까지 얽힌 대형 비리에 대해 검찰은 “견제받지 않는 기업의 최고위 임원진이 저지른 구조적 비리”라고 설명했다. 2002년 민영화 이후 국회, 감사원 등의 감시 기능은 구조적으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민영화됐음에도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린 KT&G는 자체적인 경영 합리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비합리적인 운영 실태가 만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체제의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장 중심의 이사회에서 사실상 사외이사를 선정하고, 사장을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이 모두 비상근 사외이사로 이뤄져 사장 등 회사 경영진을 견제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사장 등 임원과 사외이사들이 ‘그린미팅’이라고 불리는 골프 회동까지 정기적으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