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번으로 인터넷서 구매…경찰 "개량 새총 규제 추진"

새를 쫓는 고무줄 새총이 살상 무기로 둔갑하고 있다.

고무줄을 여러개 달거나 스프링 등으로 개조한 새총에 묵직한 쇠구슬을 장착해 쏘면 파괴력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등 위험성이 크지만 개량 새총이나 쇠구슬 등을 누구나 구할 수 있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들어 장난삼아 쏜 새총에 피해를 본 사례도 잇따랐다.

◇ '클릭 한 번'으로 택배…범죄 악용 우려
인천시 서구의 한 슈퍼마켓 건물 2층에 최근 정체 모를 쇠구슬 3발이 날아들어 출입문 강화유리가 산산 조각났다.

집 주인 부부가 건물 1층 슈퍼마켓에서 식사를 하던 중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깨진 유리에 다칠 뻔한 순간이었다.

지난해 7월 전남에서는 인터넷에서 10만원에 산 고무줄 새총으로 지름 7㎜ 크기의 쇠구슬을 발사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쇠구슬은 90m나 떨어진 가게 유리창을 깰 정도로 위력이 강했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시내 아파트 유리창에 새총을 마구 쏴 여덟 가구의 유리창을 깬 인터넷 새총 카페 회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다른 카페 회원에게서 새총을 사고 쇠구슬은 공동으로 구매해 '사격 연습'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자인 이 남성의 사무실과 차량에서는 새총 5자루와 고무줄 81개, 8㎜ 크기 쇠구슬 3천600개가 발견됐다.

파괴력을 높인 개량 고무줄 새총과 쇠구슬은 위험성이 크지만 온라인에서 버젓이 유통돼 범죄에 악용되거나 안전사고가 우려는 키운다.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총단법)은 모의 총포의 제조·판매·소지를 금지한다.

모의 총포는 '모양이 총포와 비슷해 물체를 발사해 인명·신체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물건'으로 사실상 일반 고무줄 새총은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인터넷에서는 값싼 초보용부터 전문가용까지 다양한 종류의 새총이 판매된다.

고무줄 새총 동호인이 모인 인터넷 카페도 여러 개 개설돼 마음만 먹으면 새총을 개량하거나 구매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쇠구슬도 마찬가지다.

실험 교구, 학습용, 새총알 등 다양한 용도로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쇠구슬은 1㎏당 7천∼8천원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경찰청 생활질서과 관계자는 25일 "살상 위험이 큰 개량된 새총이 특히 위험하다"며 "자칫 총기와 비슷한 위력의 위험 무기가 될 수 있는 새총과 쇠구슬을 인터넷 검색 한 번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 장난삼아·취미활동으로 '유행'…분노 표출 수단으로 쓰이면 '위험'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이 보통 고무줄 새총과 쇠구슬을 장난감으로 인식하는 심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호인들은 빈 음료수캔 등 타깃을 맞추는 '샷'을 즐기는 경우가 많고, 새를 쫓고 사냥하는 데 쓰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적이 드문 공터나 사격·양궁장 등을 찾아 새총 쏘기 모임을 갖기도 한다.

이처럼 하나의 취미로 자리잡은 새총 쏘기지만 누구나 수월하게 손댈 수 있는 만큼 범죄로도 쉽게 연결될 수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새총과 쇠구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재미"라며 "일반 총기와 달리 구매가 쉬워 언제든 범행에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대구에서는 '재미로' 쇠구슬 수십 발을 발사해 상가 유리창을 깬 20대사회복무요원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새총으로 쇠구슬을 쏴 유리창을 파손한 혐의로 이모(25)씨 등 2명을 붙잡았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지름 10㎜짜리 쇠구슬을 쏴 가게 유리창과 달리는 승용차 뒷유리를 깨고는 "재미로 그랬다"고 진술했다.

단순한 재미 차원이 아니라 분노를 표출하거나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불특정 다수나 공공시설 등을 향해 새총을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 교수는 "어떤 증오나 적대감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새총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판매나 유통에 대한 법적 제재가 없으니 더욱 쉽게 악용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무줄 새총을 이용한 범죄가 늘어나자 인명을 살상할 우려가 있는 개량 새총을 불법화하는 내용의 총단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 형태로 올해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도르래나 스프링이 장착돼 살상 능력이 강화된 새총은 앞으로 제조·판매와 소지가 모두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cham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