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각국 임금체계 비교 자료 내놔
"獨 노동계,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직무급 적극 동의"

우리나라의 임금체계가 아직 호봉제 중심인데 비해 선진국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가 보편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우리나라와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임금체계를 비교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호봉제 비중은 2009년 72.2%에서 지난해 65.1%로 낮아졌지만, 아직까지는 호봉제가 지배적인 임금체계이다.

직무·직능급을 도입한 사업장도 실제로는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곳이 많아, 엄밀한 의미의 직무·직능급 비중은 매우 낮다고 한국노동연구원은 분석했다.

호봉제 비중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임금의 연공성은 더 높아졌다.

1년 미만 근속자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수준은 2010년 3.43에서 14년 3.72로 올라갔다.

우리나라의 연공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럽연합(EU) 15개 국 평균(1.6)의 두 배에 달하며, 우리와 임금체계가 비슷했던 일본(2.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숙련도 향상이나 승진 등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호봉급 체계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고용부는 분석했다.

미국은 20세기 초반부터 테일러-포드주의 영향으로 직무급이 도입돼 2차 세계대전 후 빠르게 확산했다.

다품종 소량생산 등 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 직무급을 기반으로 숙련급 요소를 도입하고, 성과 보상을 강화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직무등급별로 임금구간을 설정하고 숙련도, 성과 등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는 '브로드밴딩(Broadbanding)'이 확산하고 있다.

임금 차등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차별 요소를 없애기 위해 미국은 동일임금법(The Equal Pay Act·1963년), 민권법(Civil Rights Act·1964년),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es Act·1990년) 등 일련의 고용차별 금지 법률을 제정했다.

독일은 경영계가 도입한 직무급에 대해, 노동계도 미숙련·여성근로자 등 취약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가져오고 임금차별 여지를 없애기 위해 직무급을 유지하는데 동의했다.

이후 독일 노동계는 사용자와의 협상을 통해 직무평가 기준에 숙련도를 일정부분 반영토록 하는 등 직무급 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예컨대 2003년 독일 금속산업노조가 체결한 '신임금협약'에는 노동계가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숙련도와 경영계가 중시하는 성과급이 모두 반영됐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연공 중심 임금체계를 확립한 후 직무·직능급 도입 등 인사관리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8년 60세 정년 의무화와 장기 불황 등은 임금체계 개편 노력을 가속화시켜 현재는 연공성이 상당히 배제된 '일본형 직무급'이라 불리는 역할급 형태의 임금체계가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쓰비시전기, 캐논 등이 있다.

임서정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대기업에서 아직도 연공급에 집착하는것은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릴뿐 아니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고용구조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요 선진국은 기술 진보, 글로벌 경쟁, 고령화 등에 따라 직무·성과 중심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꾸준히 추진해왔다"며 "특히 노조가 근로자 간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직무급 도입을 요구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