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신리마을 주민 양분 "우리와 협의"…군 "주민 요구 불법"

1천500억원대 원전 보상을 두고 한 마을 주민이 편을 갈라 갈등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신리마을 일대에 추진 중인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부지 보상과 이주 대책이 주민의 엇갈린 이해관계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다.

200여 가구의 주민들은 2개 단체로 나뉘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각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감정평가와 보상협의회 구성 등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총 보상비는 1천538억원이다.

신리마을 610필지 29만여㎡, 건물 4천424건, 지장물 6천461건, 분묘 54기, 영농 105건 등이 대상이다.

150여 가구가 참여한 보상·이주생계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 16일부터 고리원전과 울주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수원과 울주군의 보상업무 위ㆍ수탁계약을 철회하라"며 "한수원은 우리와 직접 협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으면 보상 감정평가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이주대책을 빨리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과 달리 50여 가구가 참여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대책위와 분리 협상하는 것을 반대한다.

한수원과 울주군은 "토지보상법(제44조)에 따르면 보상협의회는 관할 지자체(울주군) 주관으로 하나만 구성해야 하며, 주민 대표가 갈라져 보상협의를 분리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률상 자치단체의 보상협의회 구성을 의무화 하고 있어, 울주군을 배제하고 한수원과 주민이 직접 협의하는 것은 어렵다.

비대위는 또 자신들이 추천하는 감정평가업자를 포함시키지 않으면 감정평가를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비대위 주민의 수와 토지면적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해 토지보상법 시행령에 따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한수원과 울주군의 입장이다.

신리마을이 대책위와 비대위 2개 단체로 갈라진 것은 보상과 이주현안이 본격화하기 전인 4∼5년 전부터다.

주민의 다양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상대를 이해하지 못해 양분됐다.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한 채 각자 단체를 만들어 소속 주민의 입장만 대변하게 됐다.

더 많은 보상과 유리한 이주 조건 확보 때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사업을 위한 신리마을 보상업무는 토지보상법과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한수원과 울주군이 위·수탁계약을 체결, 군이 업무를 맡고 있다.

한수원과 울주군은 2015년 물건조사 용역과 보상계획 공고 및 열람, 이의제기 등의 절차를 거쳐 보상액 산정 감정평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감정평가는 지자체, 시행자, 토지소유자가 보상계획 공고열람 만료일(신리마을은 2015년 12월 17일)로부터 30일 이내 각각 1명씩 총 3명을 선정해 보상액을 산정한다.

이에 따라 울주군과 한수원은 감정평가사를 이미 추천했지만, 주민(토지 소유자)들은 내부 갈등 때문에 아직 추천하지 못한 것이다.

주민단체의 반목 때문에 결국 신속 보상을 바라는 일부 지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울주군은 보상을 더 이상 늦추지 않기 위해 주민의 감정평가사 추천이 없으면 기 추천자 2명만으로 감정평가를 의뢰할 방침이다.

그러나 대책위 주민들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원전 자율유치'를 철회하고, 반핵단체와 함께 연대해 원전 반대운동에 나설 태세여서 갈등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사업은 오는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건설허가 심사결과를 심의한다.

한수원은 5호기를 2021년, 6호기를 2022년 각각 준공할 계획이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