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의 '혁신학교 늘리기' 논란
서울교육청이 혁신학교 신청 요건을 대폭 완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의 동의가 없더라도 전체 학부모 중 25%만 동의하면 신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작년 말 기준 97개인 혁신학교를 2018년까지 두 배로 늘리는 등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선거 공약 달성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시 불거진 혁신학교 논란

서울교육청은 올 하반기에 10개가량 서울형 혁신학교를 추가 지정하기로 하고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다음달 13~17일 공모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에 지정받으면 4년6개월간 혁신학교 문패를 달게 된다.

올해 공모를 위해 각급 학교에 공문을 전달하면서 교육청은 교내 정책 심의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에 혁신학교 신청안을 올릴 수 있는 요건을 완화했다. 종전까지는 전체 교원(교사) 중 50% 이상, 전체 학부모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동의해야 학교운영위원회에 상정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교원투표와 학부모 설문(가정통신문 등 포함) 가운데 하나에서만 50% 동의를 받으면 안건을 올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학부모 동의 절차와 관련해선 한술 더 떴다. 동의율을 산출하는 모수를 ‘전체 학부모’에서 설문조사 등에 ‘참여한 학부모’로 바꿨다. 이론상 전체 학부모의 25% 동의만 이끌어낼 수 있으면 혁신학교 전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근표 서울교육청 정책국장은 “학부모들은 혁신학교 전환을 원하는데 교원 동의율이 ‘50% 룰’을 못 넘어 신청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적어도 학부모들이 원한다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의제로 혁신학교 건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원들이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학교를 운영해봤자 파행이 불가피하다”며 “교원과 학부모 간 갈등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취지 좋은데…”, 입장 애매한 교육부

2011년 23개교로 출발한 서울형 혁신학교는 작년 말 97개에서 올초 22개를 추가 지정해 현재 초등학교 76곳, 중학교 32곳, 고등학교 11곳 등 119개교에 달한다. 조 교육감은 혁신학교 확대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2018년까지 200개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요건 완화가 공약 달성을 위한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희연표’ 혁신학교 모델은 2014년 하반기에 신규 지정된 중산고가 돌연 지정 철회를 요청하면서 크게 흔들렸다. 당시 중산고 학부모들은 혁신학교생들의 기초학력이 일반고에 비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재설문을 했다. 작년 상반기 공모 신청한 학교(47개)가 서울교육청의 당초 목표치(55개)를 밑돌기도 했다.

서울교육청과 일부 교장들은 ‘혁신=부담’이라는 이유로 변화를 싫어하는 교원들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울 A사립고 교장은 “지나친 입시 위주의 획일화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개인의 꿈과 끼를 살리자는 게 교육부의 정책 방향”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혁신학교를 신청하는 것과 무관하게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부터 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 서울형 혁신학교

서울교육청이 교육과정 및 수업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2011년 도입한 새로운 형태의 학교. 주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교육청이 가장 먼저 시행했고, 교육청별로 부르는 명칭은 다르다. 한 번 지정되면 4년간 교육청에서 예산 지원을 받으며, 재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지정 학교에서 자동 해제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