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을 받고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에 유리한 실험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구속된 조모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옥시 측과 실험 결과를 조작하기로 이면계약을 맺고 이 같은 보고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독성 실험결과 조작 위해 조 교수와 옥시 이면계약 정황"
1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 측과 조 교수가 실험 결과를 의도한 방향으로 조작하기 위해 맺은 이면계약 관련 문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연구 결과를 조작하거나 왜곡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해온 조 교수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면계약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 교수는 자신의 구속이 억울하다며 법원에 구속 적합 여부에 관한 심사(구속적부심)까지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2011년 10월께 작성된 이 문서는 당시 옥시 대표이던 거라브 제인과 조 교수가 주고받은 영문 이메일 형태다. 이 문서에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무해성을 입증하고 △피해자들의 폐질환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임을 밝혀주며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질병관리본부의 실험을 비판해주기로 한 실험 방향이 담겨 있다. 그 대가로 옥시가 조 교수에게 3개월간 매달 4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조 교수는 그동안 옥시 측으로부터 1200만원을 받은 이유에 대해 “실험을 빨리 진행한 데 대한 보상 성격이었으며 모두 공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뒷돈을 받고 실험 결과를 유리하게 내주기로 한 것”이라며 “이 같은 계약이 산학협력단 실험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옥시의 전·현직 외국인 임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검찰은 19일 울리히 호스트바흐 현 옥시 재무담당 이사와 김모 옥시 전 사내변호사를 소환한다. 이르면 이번주 전 옥시 대표 존 리와 거라브 제인에게 출석을 통보할 방침이다.

이들은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OCI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2005년부터 차례로 옥시 한국법인 대표를 맡았다. 다만 이들을 비롯한 외국인 소환 대상자들이 영국과 호주, 싱가포르 등지에 거주하고 있어 소환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기 전에 살균성분제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부터 흡입독성 실험이 꼭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고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된 최모 전 옥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000년대 중반 생활화학제품 제조업체 대표 노모씨(전 유공바이오텍 사업부장)를 만나 “CMIT/MIT와 달리 PHMG는 독성이 검증된 적이 없어 자체적인 흡입독성 실험이 꼭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옥시 측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공유했음에도 자체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