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수출입 대금을 부풀려 3조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홍석 모뉴엘 대표(54)가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천대엽 부장판사)는 17일 “피고인이 사기 범행으로 가로챈 금액 중 미상환으로 인한 피해액이 5400억원에 이르고 수출금융제도 신뢰를 현저히 침해했다”며 징역 15년과 벌금 1억원, 추징금 357억여원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형식적으로는 조직적 사기범죄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업 초기 개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시작했고 대출금 상환을 위해 같은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악의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박 대표와 함께 기소된 신모 부사장(51)은 징역 5년과 벌금 6000만원, 강모 재무이사(44)는 징역 4년과 벌금 60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모뉴엘에서 재무이사로 일하다가 퇴직한 뒤 화물운송 주선업체를 차려 사기대출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48)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박 대표 등은 2007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홈시어터 컴퓨터(HTPC) 가격을 부풀려 허위 수출하고 수출대금 채권을 판매하는 수법으로 시중은행 10곳에서 3조4000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 대표는 1심에서 경제사범 형량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인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