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석탄산업합리화 불안감 '확산'…"물리적 행동 나서겠다"
노조 "적자는 정부정책 결과…석공은 서민 연료 생산하는 공기업"

대한석탄공사 폐업 소식에 강원 태백·삼척지역이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적자 공기업 석공을 폐업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전남 화순광업소, 2019년 태백 장성광업소, 2021년 삼척 도계광업소 순으로 폐광시킬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태백·삼척지역 주민은 제2의 석탄산업합리화가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술렁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석공 폐업설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태백·삼척지역 주민은 즉각 반발했다.

태백시 지역현안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석공 폐업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업 수순을 밟는다면 물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도 했다.

반발 바탕에는 '석공 폐업 = 지역몰락'이라는 위기감이 깔렸다.

석공 산하 탄광 3개 중 2개가 강원 폐광지역에 있다.

태백·삼척은 탄광 구조조정 아픔을 이미 겪는 폐광지역이다.

정부는 탄광을 정리하는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을 1989년부터 시행했다.

석탄산업합리화로 1989년 300개가 넘던 국내 탄광은 5개로 줄었다.

1988년 기준 국내 석탄 생산량의 60%, 전체 탄광 근로자의 55%를 차지했던 태백, 삼척 등 폐광지역 경제는 무너졌다.

국내 최대 탄전 지역 태백 인구는 1987년 말 12만 명이 넘었다.

2015년 말 인구는 5만 명도 안 된다.

주민 2명 중 1명이 살기 어려워 떠난 셈이다.

석공 산하 탄광 3개 중 태백 장성광업소 규모가 가장 크다.

2015년 기준 장성광업소 직원 수(하도급 포함)는 1천117명이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태백 인구의 약 10%다.

그만큼 지역경제 비중이 크다.

유태호 태백시의회 의장은 "3만 명이 넘던 철암동 인구가 1993년 강원탄광 폐광 이후 2천900명으로 줄었다"라며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으면 태백은 존폐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공 도계광업소가 있는 삼척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김양호 삼척시장은 "도계광업소 폐광은 대규모 실업 등으로 이어져 폐광지역을 사람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 것이 자명하다"라며 "석공 폐업은 절대 불가하다"라고 말했다.

석공 노조는 폐업설 이유인 '만성적자' 논리를 반박했다.

적자는 운영 부실이 아닌 정부정책으로 말미암은 결과하는 것이다.

2015년 기준 장성광업소 t당 무연탄 생산원가는 25만3천 원이지만, 판매가(6급탄)는 13만6천 원이다.

t당 적자가 11만7천 원이다.

석탄을 캐면 캘수록 적자인 구조다.

정부가 무연탄 최고판매가격을 매년 지정 고시하기 때문이다.

연탄이 서민 연료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 억제가 정부정책이다.

김동욱 석공 노조위원장은 "석공은 기본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아닌 공익적 목적 사업을 하는 공기업"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감산정책 후유증이다.

장성광업소는 연간 200만t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지만, 2015년 생산량은 47만t에 그쳤다.

감산정책 탓이다.

시설규모보다 생산량이 턱없이 적다 보니 적자 폭이 커진다.

석공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연탄 소비량 감소, 적자누적 등으로 언젠가는 폐업을 예상했지만, 현재 감산정책처럼 생산량을 점차 줄이는 '연착륙'을 기대했다.

그렇다고 정부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 수도 없는 처지다.

석공 관계자는 "생계 등 조직원 문제도 있는 만큼 정부부처, 석공, 노조 등이 협의를 통해 속도와 시점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자주권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원발전연구원 정책 메모 '강원도 에너지의 미래'를 보면 중국, 인도 등 신규 수요 발생으로 현재 세계는 '자원전쟁'이 상황이다.

특히 세계 석탄 소비량은 증가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는 긴급상황에 대비한 석탄 비축량마저도 2006년 467만t, 2008년 203만t, 2010년 131만t, 2016년 현재 90만t 등으로 주는 현실이다.

이원학 강원발전연구원 탄광지역발전지원센터장은 17일 "과거 석탄산업합리화도 국내 유일 에너지인 석탄 생산량을 일정 수준 유지 등 에너지 안보를 고려하고 진행했다"라며 "한쪽에서는 국외 자원개발에 나서고 한쪽에서는 국내 자원을 사장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안보를 위해 국외 자원개발을 하려면 국내 기술과 자원이 있어야 일명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라며 "특히 세계 자원 가격이 낮은 지금이 바로 국외 자원개발의 적기"라고 말했다.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b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