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평범한 사람, 최고의 인재로 키우자는 게 우리 철학"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66·사진)은 영업사원부터 안 해본 일이 없는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경험으로만 보면 외향적인 성격으로 짐작하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그룹 임직원들 사이에선 ‘조용한 카리스마’로 명성이 높다.

장 회장은 7남매 중 장남이다. 충남 당진 출신인 그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 그의 내실 경영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 2세 교육에도 철저한 편이다. 외아들인 장동하 씨(34)는 올해 교원구몬 사업본부 차장으로 승진했다. 이미 임원으로 승진한 경쟁업체 2세대와 비교하면 승진 속도가 거북이걸음에 가깝다. 장 회장은 이에 대해 평소 “영업 일선에서 임직원에게 먼저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고 한다.

장 회장의 첫 직장은 출판회사였다. 그는 직접 학습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교원그룹의 전신인 중앙교육연구원을 1985년 설립했고 이곳에서 장 회장은 체계적인 학습 커리큘럼을 지닌 ‘중앙완전학습’을 도입했다. 구몬학습과 빨간펜, 교원 올스토리 등은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사람이 경쟁력이다’고 강조하는 장 회장을 만나 그의 경영철학을 들어봤다.

▷교사에 대한 처우가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교원이 가장 힘쓰고 있는 분야는 교사들에 대한 교육입니다. 교원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만 뽑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을 최고의 인재로 키운다’는 것이 그룹의 인재 육성 철학입니다.”

▷교사 대부분이 여성입니다.

“구몬선생님, 빨간펜선생님 등 학습지 교사뿐만 아니라 환경가전을 관리하는 웰스매니저 등 교원의 핵심 인력은 여성입니다.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교원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을 잘 교육해 한 명의 전문가로 키워내는 것이 그룹의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교육하나요.

“효과적인 교육 과정 및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교사를 위한 휴양시설을 교육업계에서 교원만큼 잘 갖춘 곳도 드물 겁니다. 가평, 도고, 경주, 제주 등 전국 7곳의 연수원과 호텔이 선생님들을 위한 시설입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더불어 국내 어느 회사보다 교육과 복지 인프라를 잘 구축했다고 자평합니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교원이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는데 최근에는 잠잠합니다.

“연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고 현금 보유가 많아지면서 M&A에 관심을 뒀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경영 환경을 고려할 때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M&A를 하려면 무엇보다 인수 대상 기업의 경쟁력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룹의 사업과 조화를 이루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기본 원칙 아래 고민과 결정을 해왔고 앞으로도 이런 원칙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학령인구 감소가 교육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큽니다. 10년 뒤 교원의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기업을 하면서 크고 작은 위기는 늘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교원은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습니다. 모두가 어려웠던 외환위기 시절에 교원은 오히려 큰 폭의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이때 지금의 그룹 면모를 구축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바라보지 못했던 분야에 도전해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동안 교원의 교육사업은 초등학생이 중심이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유아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영아까지 사업의 대상을 넓혀나가는 것이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영·유아를 염두에 둔 교육상품 개발과 교사 교육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10여년 후에는 초등을 넘어 영·유아까지, 기본 교육을 잘하는 교육회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스마트 교육에 대한 접근 방식이 기존 상품 또는 종이책과의 결합을 추구하는 등 다른 회사와는 사뭇 다릅니다.

“교육상품은 아이에게 균형 잡힌 공부 습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는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가 발달한다고 해도 종이책과 필기를 통한 공부 습관엔 여전히 장점이 많습니다. 직접 쓰면서 공부할 때 더 오래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종이책과 필기로 대표되는 기존 공부 방식과 융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스마트 교육을 고민하는 것이 교원의 사업방침입니다. 아이의 스마트 기기 중독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가 높다는 점도 기존 방식 결합을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1위인 교육사업과는 달리 환경가전사업의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정수기로 대표되는 환경가전사업은 제품과 함께 제대로 된 관리 서비스가 결합해야 고객 가치가 창출됩니다. 급속한 성장보다는 현장 관리를 담당하는 웰스매니저의 규모와 역량에 발맞춰 점진적인 성장을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올해는 고객의 가장 큰 걱정인 위생과 관련해 경쟁력을 보유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면 기존보다는 성장세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인재가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청년들은 취업할 자리가 없다고 불평하는 미스매치가 존재합니다.

“기업과 학생 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은 청년들이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나 직무에 대한 적성과 관심도가 높기를 바랍니다. 사전 지식도 갖추길 원하고요. 이에 비해 학생들은 이를 단순한 사무 역량 또는 ‘스킬’로 받아들입니다. 자격증을 따는 데 필요 이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원그룹은 몇 해 전부터 신입사원 채용 시 직무별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또 채용 시점 이전부터 직무 설명회와 함께 그 직무와 관련한 직원들과의 간담회도 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참여율이 높은 편입니다.”

박동휘/임기훈 기자 donghuip@hankyung.com